일 사회당총리 정권 출범(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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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년도 채 못되는 동안 일본에 세번째 연립정부가 들어섰다.29일 자민당과 사회당이 주축이 되어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위원장을 총리로 선출함으로써 일단 정권의 공백은 면할 수 있게 됐다.그러나 연정구성 세력의 대립적인 정치적 성향이나 정권 창출의 과정으로 보아 일본 정국은 앞으로도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을 한동안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자민당이나 사회당등은 정책이 같거나 정치개혁에 뜻을 같이하고 효율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손을 잡은 것이 아니다.단순히 정권을 잡기 위해 야합했다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로 결속력이 약한 정권이다.연내에 불가피하게 치러 야 할 총선에 집권당으로서 정치적 이득을 보자는 계산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그런 면에서 새로운 연정은 선거관리를 위한 단명의 과도내각이라 볼 수 있다.
일본정국의 불안정이란 면에서 보자면 불행한 일이지만 오랫동안 정권을 독점해 온 자민당이 지난해 분열하면서 시도되고 있는 정계개편의 흐름에서 보자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범세계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변화와 구조조정에 일본만이 예외일 수는 없는 일이다.
장기적인 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일본같이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일수록 세계적인 조류에 적응해 국내체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렇게 될 경우 무역마찰 문제라든가 주변국가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일본의 국제적 역 할 강화같은 문제의 접근에도 상당한 탄력성이 붙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면에서 보자면 우려되는 점도 한두가지가 아니다.일본의 국내 정정불안은 물론 사회전반에 상당한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또 일본의 정치·경제면에서의 국제적인비중 때문에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예컨대 미국과의 무역마찰 같은 문제해결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그만큼 두나라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로선 사회당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외교정책이 한반도에 어떻게 투영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물론 기본적으로 한일관계를 크게 뒤흔드는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사회당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대북한창구로 남한보다 북한에 친근감을 보여왔다.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무라야마총리는 이미 국제적인 공조체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바 있다.아마 지금까지의 일본정권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그렇게될 경우 북핵문제에 대한 한·미· 일 3국의 기존 협조체제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여러가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일본의 정국이 빠른 시일안에 안정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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