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신토불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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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회사원인 K씨는 며칠전 자동차세 고지서를 받았는데 살펴보니「납세필증 발급중지」라는 글이 찍혀있었다.세금을 안낸 일이 없는데 웬일인가 하고 그는 구청에 가서 알아보았더니 지난 6년간 꼬박꼬박 납부한 사실이 확인되었다.그러자 구청공무원은 지금 주소로 이사오기 전인 6년전의 주소지에서 미납사실이 있는지도 모르니 그쪽 구청에 가서 확인해 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그가 구청끼리 확인할 수 없느냐고 했더니『우리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대답이었다.K씨가 뒤늦 게 세금시효가 5년임을 생각하고는 다시 구청을 찾아가 설사 6년전 미납이 있었더라도 이미 무효가 아니냐고 따졌더니 그제야 공무원은 컴퓨터를 두드려보고는 그가 산적도 없는 강남구청과 강서구청에 각기 미납기록이 있음을 발견했다.행정착 오거나 컴퓨터 조작 실수임이 밝혀진 것이다.
그 공무원은 이 기록이 있는 한 다음에도 납세필증을 받을 수 없으니 그에게 강남·강서구청을 찾아가 기록을 고치라고했다.여기서는 못 고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네 구청 관할이 아니라 고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K씨는 꼬박꼬박 세금을 다 내고도 이 바쁜 시절에 두번씩이나 구청을 찾아다녀야 했고 그러고도 억울한 미납기록을 지우자면 다시 두 구청을 찾아다녀야 할 판이다.잘못은 분명 관청에 있는데 공무원은 잘못에 대해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다.
회사원인 J씨는 얼마전 주차위반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모월모일 모시에 삼청동에서 주차위반을 했으니 3만원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그때는 물론이고 그 전후한 기간에 삼청동 근처에도 간일이 없었던 그는 구청에 전화를 걸어 따졌다. 전화를 받은 구청공무원은 잠시후 미안하게 됐다면서 위반차량의 번호가 「서울1브」인데 「서울1므」로 잘못 나갔다고 했다.그러면서 이 공무원은 친절하게도 손이 부족해 이런 실수가 20%가 넘는데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주더라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이란 말에 대해 매우 불쾌해 하고 자존심 상해 한다는 얘기다.그러나 실수는 자기들이 해놓고도 시민을 관청 심부름꾼처럼 고치려면 당신이 가서 고치라고 하고,실수를 20%씩이나 한다면 복지부동을 넘어 몸이 아예 땅에 딱 붙었다는 「신토불이」라는 새 유행어가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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