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진.개인年金위급 무산 풀죽은 신용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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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개인연금 시판에 신바람을 내고 있는 은행.보험.투자신탁등 다른 금융권과는 대조적으로 신용금고업계는 요즘 영 풀이 죽어 있다. 영업은 갈수록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데다 그동안 당국에 숱하게 건의해온 개인연금이나 표지어음 취급이 무산되어 이대로 가면 금융권간의 경쟁에서 束手無策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할인해준 어음을 만기나 금액단위를 조절해 고객에게 팔수 있도록 하는 표지어음이 은행에만 허용되자 이같은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高금리의 여수신을 무기로 삼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신용금고는 지난해 금융실명제와 제2단계 금리자유화를 계기로 상황이 급전,악전고투의 길을 걷고 있다.시중자금 사정이 풍성해진데다 은행등과 금리싸움이 벌어지면서 신용좋은 대출선의 상당수를 은행에 빼앗겼고 예금도 예전보다 느는 폭이 둔화됐다.최근에는 자금은 있으나 대출을 놓을 곳이 없어 제대로 운용을 못하는 금고가많아졌다.
預貸마진은 92년 평균 4.8%였으나 그후 계속 줄어들어 최근에는 3%를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예대마진 축소는 어느 금융기관이나 같이 겪는 상황이지만 신용금고의 경우 유가증권 운용수입이나 수수료 수입같은 별도의 수입원이 전혀 없 이 예대마진에만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훨씬 크다.
이에 따라 올 회계연도(93년7월~94년5월)중 각 금고의 경영성적은 형편없이 나빠져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잡아 30~50%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용금고연합회가 얼마전 작년 7월부터 지난 3월말까지 각사의가결산을 집계해본 결과 유례없이 전체 2백37개 금고가운데 18%에 이르는 42개사가 결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당장의 앞가림을 하기에도 급급한 사정이니 금융시장 개방이나 자율화.대형화.국제화등 금융계 전반의 당면현안들은 금고업계로서는 「먼나라 얘기」가 아닐수 없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여수신업무의 다양화▲지점 설치▲중앙금고 설치등 오랜숙원을 받아들여 「돌파구」를 터주기를 고대하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20년간 요지부동인 상호신용금고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朱鎭奎 思潮금고 사장은 『신용금고도 대형화를 통해 경쟁해나가야 하나 흡수합병이나 지점설치가 전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방법이 없다』면서 『우량금고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金建世 海東금고 부회장은 『당국이 서민금융의 기능을 인정한다면 중앙금고를 설립하게 해 상황대응력이 떨어지는 신용금고들이 힘을 합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무부 관계자는 『가끔씩 터지는 금고사고에서 보듯이 편법행위가 잦아 공신력이 떨어지는 금고업계의 주장을 모두 들어주다가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금고 스스로가 주먹구구식 경영을 벗어나 경쟁력을 키우고 공신력을 회복하는 일이급선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간의 치열한 경쟁과 금융기법의 발달로 이제 금융에서는업무영역이나 지역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때문에 변환기를 맞은 「서민금융기관」 신용금고의 성격.역할을 당국이나 업계 스스로가다시 한번 냉철히 정립하고 거기에 걸맞은 생존 전략을 만들어야한다는게 다수의 지적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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