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티스트/행사성공 열쇠쥔“승부사”/공연·쇼등 판촉업무 기획·대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섬세 깔끔하고 집착력 강해야
「남산 외인아파트를 환경보호 축제로서의 의미를 한껏 살리면서 순식간에 날려 보내라」―.
서울시가 남산기슭에 있는 16∼17층짜리 외인아파트 2개동을10월 중순께 철거한다는 계획아래 이 행사의 발주를 맡아줄 이벤트 대행사들에 내건 주문이다.단순철거가 아닌 서울정도 6백주년을 맞은 시민들에게 자연과 환경의식을 일깨우는 계획된 축제로 만든다는 것이 포인트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각종 공연·패션쇼등 기업체의 각종행사 판촉업무등을 기획·대행해주는 이벤트산업이 새로운 산업사회및 대량소비 시대의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또 그러한 이벤트의 기획자·진행자로서 여성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영상 이벤트에서 6년째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이벤트 프로듀서 김선경씨(29)는 한양대 연극영화과 중퇴이후 줄곧 축제·공연성 이벤트에 끼를 발휘한 경우.그는 요즘 맡게 될지도 모를「남산 이벤트」를 위해 남산의 풍수·역사·놀이문화·제의등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입수,「달달 외울」 정도가 됐다.
『우리는 이벤트의 홍수속에서 살고 있습니다.기업홍보·패션·공연·콘서트·스포츠행사 등등.따라서 이벤티스트는 항상 귀와 눈을 열어놓고 해당사안에 대해서 속속들이 꿰뚫어야 합니다.이런 점에서 이벤트 업무는 섬세하고 깔끔하며 집착력이 강한 여성들에게 적합한 직업이라 생각합니다』고 그는 말한다.
대학졸업(이대정치외교학)후 호텔근무시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예스컴에 입사,4년째 팝아티스트 섭외등 해외사업부문 총괄 기획조정역을 맡고 있는 이벤트 코디네이터 박 현씨(28).그는 지난 4월 올림픽공원 야외마당에서 성황리에 끝난 「존덴버 콘서트」를 진행한 장본인.
『관객들에게 「왜 콘서트에 가야 되느냐」에 대한 정답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구미에 맞는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해야죠.감각적·본능적인 10대들에게 다가가려면 우선 그들 세계의 특징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 합니다.』
아직 미혼인 박씨는 이벤티스트로서 성공하려면 외국어 구사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욕구,적극적·창조적 사고,성실성과 인내심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선숙씨(28)는 잡지사 패션담당기자로 있다가 세일즈 프로모션(SP)·패션 쇼등을 취급하는 종합광고대행사 ㈜Spe기획에 스카우트된 경우.대학에서의 전공(서울대 소비자아동학)도 세일즈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기획팀장을 맡고부터 지난 2년6개월동안 대전엑스포행사 참여(「한국의상전」)등 굵직한 이벤트 50여건을 소화해 냈다.
그는『훌륭한 이벤트는 광고주―소비자(관객)―진행 이벤티스트가팀워크를 이뤄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88년이후 이벤트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제일기획등 대기업체의 광고대행사에서 이벤트부서를 신설하는등 대행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94년 현재 업계의 현황에 대해 월간『이벤트뉴스』의 거정현실장은 『등록업체 5백여개에서 연 인원 3천여명(업체당 평균 5∼7명)에 달하며 이중 여성비율은 40%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시장규모는 93년의 경우 1천억원으로 추산되나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
이벤트업계에 진출하는 길은 대체로 두가지.앞의 3명의 여성처럼 관련업계에서 스카우트되는 경우와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정규과정(한국영상연구소·한국이벤트개발원·한국광고교육원등)을 연수받은후 이분야에 진출하는 방법이다.이들은 이벤트업계 의 전망에 대해 『현재는 기반이 여러모로 약하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앞날은 매우 밝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말했다.〈한강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