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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총리, 국회 첫 연설 … 정책은 없고 사과만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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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의 정치 1번가인 나가다초 국회 본회의장에서 1일 열린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71.사진) 신임 총리의 첫 국회 소신표명은 '사죄의 변'으로 시작돼 '야당에 대한 협조 요청'으로 끝났다. 총리가 처음 취임해 대내외 정책의 기본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의 잇따른 실책으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점을 감안한 것이다.

7월 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라 정국 주도권이 제1 야당인 민주당에 넘어가 있는 것도 후쿠다의 어깨를 처지게 만들었다. 자민당의 존립과 산적한 정책 해결의 열쇠가 민주당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후쿠다는 결국 정권을 연명하기 위한 '관리 내각'이란 인상만 풍기면서 '후쿠다호 자민당'의 독자적인 컬러를 보여 주지 못했다.

특유의 겸손한 어투로 연설을 시작한 후쿠다는 "전임 총리의 돌연한 퇴진에 대해 국민께 사죄한다"며 "모든 국정은 야당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신을 낮추고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핵심 정책에 대한 구체성과 참신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북핵 문제와 납북자 진상조사와 관련해선 "일본이 직면한 중요 과제"라고만 밝혔고, 다음달 1일 기한이 끝나는 인도양 급유 활동에 대해서도 "테러 조직 봉쇄를 위한 국제 사회에 대한 약속"이라는 원론적인 설명에 그쳤다. 선거 참패의 원인이 된 국민연금 관리부실과 지방의 소득격차 문제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3일까지 열리는 중의원 대표질문을 통해 자민당을 더 강하게 흔들어 총선거 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후쿠다가 "협의하자"며 내민 손을 잡아 주면 결국 자민당의 기사회생을 도와줄 뿐이란 판단에서 모든 정책 제안은 원칙적으로 독자적인 법안을 통해 추진한다는 전략도 세워 놓고 있다.

연내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고, 내년 1월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약화된 국내 정치력 때문에 얼마나 외교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도쿄= 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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