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오렌지 연정' 다시 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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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이 속한 ‘우리 우크라이나-국민 자위’ 당 당수 유리 루첸코(右)가 1일 야당인 ‘티모셴코 블록’의 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의 손에 축하의 키스를 하고 있다. [키예프 AFP=연합뉴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성향의 '오렌지 연정'이 다시 등장할 전망이다. 2004년 말 '오렌지 혁명(민주 시민혁명)'의 두 주역인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과 율리야 티모셴코가 지난달 30일 치러진 조기 총선 결과 재결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2005년 9월 유셴코 대통령이 티모셴코를 총리에서 해임하면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여성 정치인 티모셴코가 이끄는 '티모셴코 블록'은 이번 총선에서 31.5%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1일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현 총리이자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인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지역당'이 확보한 35.5%에 약간 못 미치는 수치다. 유셴코 대통령이 속한 '우리 우크라이나-국민 자위' 당은 13.4%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유셴코 대통령이 티모셴코에게 총리를 맡기면서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9월 취임 뒤 자신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온 야누코비치 총리를 밀어내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친서방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반면 야누코비치 총리는 친러시아 노선을 주장하며 급속한 서방화에 반대해 왔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유셴코 대통령 측근의 말을 인용, "현재 박빙 우세로 나타난 친서방파의 승리가 확정될 경우 티모셴코가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고 전했다. 티모셴코도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통령에게 연정 구성을 공식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누코비치가 총선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한동안 정국이 혼란스러울 전망이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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