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집무실에서 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에 대해 실무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 총장은 "서울대가 국제화 부문에서 정말 30위를 차지했다는데 말이 되느냐"며 개탄했다고 대학 관계자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직 교수는 "이 총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국제화를 강조했는데 평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것에 대해 무척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1일 오전 연세대 실.처장 회의에서는 중앙일보가 실시한 2007년 대학평가 결과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보고를 듣던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경제학과에 대해) 회초리를 들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총장의 질책에 회의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경제학과는 이번 평가에서 평가 4개 항목 중 '교수 연구 부문'에서 14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사립대 지방 캠퍼스보다도 못한 성적이었다. 정 총장은 경제학과 소속 교수다. 회의 참석자는 "당장 경제학과에 대해서는 승진과 연봉 심사를 강화하는 등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중앙일보 평가를 계기로 그동안 자만하지 않았는지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7년 전국대학평가(9월 27~29일, 10월 1일 보도)의 후폭풍이 대학가에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떨어진 대학은 동문이나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기 반성과 점검의 기회로 삼고 있다.
◆하락 대학선 동문들 항의=익명을 요구한 숙명여대 보직교수는 "무슨 이유로 순위가 떨어졌는지, 경제학과는 왜 학문분야 평가에 불참했는지 동문이나 학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숙대 이경숙 총장은 조만간 중앙일보 평가에 불참한 경제학과 교수들과도 만나기로 했다.
1일 실.처장 회의를 개최한 대부분의 대학은 본지의 대학평가 결과에 대해 논의했다. 종합평가에서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한 경희대는 1, 2일과 다음주 중 대학평가 관련 회의를 연이어 열기로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대학평가 결과가 나온 뒤 동문들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며 "뭐가 문제이고,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할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가 결과가 크게 좋아진 한국외국어대의 박철 총장은 이날 교직원.학생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며 자축했다. 박 총장은 "장기간의 파업으로 침체됐던 외대가 재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지표 개선 노력 필요"=지난해 12위에서 올해 13위가 된 부산대의 김인세 총장은 "중앙일보 평가에서 국제화 부문이 뼈아프다. 강한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날 실.처장 교수들에게 "외국인 교수를 뽑기 어려운 국립대 특성상 국제화 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지표 성적을 향상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올해 1, 2위를 포스텍(POSTECH.옛 포항공대)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빼앗긴 결과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형준 기획실장은 "POSTECH 등 이공계열 위주의 특수대학과 서울대 같은 종합대를 비교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며 "종합대는 종합대끼리 비교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국제화 부문에서 지난해 2위였던 고대가 올해 6위로 떨어진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중앙일보 평가가 매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7~8월에 외국인 학생 10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하계대학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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