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이명박 면담 막으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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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면담이 한국 정부의 방해 압력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고 이 면담을 주선한 강영우(사진)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가 지난달 30일 주장했다.

강 차관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의 면담 결정이 알려지자 미 행정부에 많은 항의와 압력이 들어왔다고 들었으며, 이는 면담을 막아보려고 한국 정부가 그랬을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면담 결정에 대해 주한 미 대사관과 미 행정부에 항의했고, 워싱턴의 주미 한국 대사관에도 (사전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야단을 쳤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 같은 방해 움직임으로 면담이 무산되지 않도록 내가 30일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부시 대통령이 면담 요청을 승인하도록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강 차관보는 "면담 결정이 보도된 뒤 서울의 주한 미대사관이 한나라당 측에 '미국 대통령이 야당 대선 후보를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면서 "이번 면담은 (미 국무부의) 외교 라인이 아니라 (강 차관보의) 개인적 라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국무부가 미리 알거나 관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형태의 면담은 일정 변경이 불가능한 정상회담과 달리 대통령의 사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를 노리고 압력을 가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미 행정부에 자꾸 항의하면 부시 대통령의 예정된 면담 가운데 우선순위가 점점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불쾌하다"며 "나는 미국 국민으로서 직책에 따라 국익을 위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공동대변인은 1일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은 당초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며 "강영우 차관보로부터 현재 면담 일정이 달라진 건 없다는 얘기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 측이 자기네 외교라인을 제외한 채 면담일정이 잡혔다는 이유로 항의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미 대사관 측이 사실 확인이 안 된다고 문의해 와 이러저러하다고 (면담 성사 경위를) 설명해 준 일은 있을 뿐 항의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항의설에 대해 "어떤 지시를 내리거나 미국 측에 우리 의견을 제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조희용 외교부 대변인은 "사실관계 확인차 물어본 것일 수는 있지만 한국 정부가 반대나 찬성 입장을 나타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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