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볼리비아와 비기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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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슛-.아아-.』 숨막히는 긴장과 탄식,그리고 허탈의 아침이었다.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아둔 韓國-볼리비아의 월드컵 C조 예선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24일 오전 10시35분 TV와라디오앞에 앉아있던 팬들은 한동안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못했다.
철도와 지하철의 잇따른 파업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도 끝내 골을 넣지못한채 심판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여기저기서 발을 동동 굴렀다.
경기가 시작된 오전 8시30분부터 직장과 가정은 물론 역.터미널.찻집등TV가 있는 곳마다 시민들이 몰리는 바람에 서울등 대도시는 출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교통량이 크게 줄어「월드컵 신드롬」으로까지 불린 엄청난 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뒤에도 TV앞을 떠나지 못한채 결정적인 골 득점 기회를 무산시킨 순간을 되뇌며 안타까움 속에『마지막 對독일전에선 반드시 승리할 것』이란 위안과 함께 韓國팀의 16강 진출 가망성을 점쳐보는 모습이었다.
철도와 지하철파업으로 시민과 화물의 발이 묶여있는 가운데 교통부 4층에 마련된 긴급수송대책본부는 이날오전 한국과 볼리비아의 월드컵축구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삼성과 대우.코오롱.선경등 대기업을 포함,대부분의 직장에서는이날 각부서장의 재량하에 사실상 TV시청을 허용했고 중.고교 학생들도 학교에서 90분간의 격전을 지켜봐 오전 사상 최대의 시청률이 기록되기도 했다.
특히 달리는 자동차들도 라디오를 크게 튼채 운행,전국은 온통월드컵 열기에 휩싸였다.
서울역에는 역광장에 설치된 대형 이동 TV앞에 2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였으며 영등포역과 강남.동부 고속터미널등에도 대합실의TV앞에 모여든 시민들의 환성으로 가득했다.
〈金錫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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