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남북정상에 바라는 마음-서로 신뢰회복해 핵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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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南北韓 쌍방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정치.경제.군사안보및 통일문제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볼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는 한반도 상황의 급격한 反轉을 의미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6월10일 對北제재 결의안 채택과13일의 북한의 IAEA 탈퇴성명등이 이어지며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美國은 지미 카터 前대통령으로 하여금 평양을 방문토록 해 특사아닌 특사의 역할을 수행케 함으로써 일단 위기 국면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
카터를 통한 클린턴행정부의「危機외교」가 사태 악화를 방지하고美-北韓 3단계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과거에도 남북한은 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공개 제의와 비밀접촉을 수차 시도한 바 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8일 판문점을 통해 되돌아온 카터 前대통령이 金日成주석의 조건없는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金泳三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의 문호가 열렸다.
특이한 사실은 북한이 그토록 증오하는 미국과 대통령 경력까지지닌 미국정치인이「중재자」가 된 점이다.이 중재에 남북한이 모두 신속히 수락하는 적극성을 보여줌으로써 남북정상회담 실현이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국내외적 상황을 생각해볼때 북한의 정책 전환을 이해하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비록 북한이 전쟁도 불사한다고 위협했지만 전쟁을 두려워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南北韓 모두 마찬가지다.
북한은「위협」과「기정사실화」라는 공세적 위기관리 전략과 함께「시간벌기」라는 수세적 위기관리 전략을 배합 구사하면서 핵개발저지를 위한 국제공조체제에 대항해 왔으나 강경대응의 한계와 위험부담을 인지해 파국을 피하고자 유화적 자세를 취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북한의 외교정책 행태도 감정보다損益계산을 중시하는 합리적 측면을 보여준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남북간 신뢰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정상이 어떤 문제들을 얼마나 솔직하게 논의하며,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하는가 하는 것이다.
南北정상은 우선 시급한 북한의 核개발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이 核투명성을 보장한다면 한반도 긴장완화는 물론 교류협력증진을 통한 통일기반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양측의 수뇌가 만나 부담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도 의미는 있지만 민족의 장래를 위해 북한핵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南北정상회담이 美-北韓 3단계회담의 구색 맞추기,국제적 압력 완화,시간벌기 또는 선전등에 이용되고 마는 것을 원치않는다. 어렵게 성사되는 회담인만큼 민족의 공존과 공영을 위한유익하고 뜻깊은 정상회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측도 위기의식과 경제난등 악화된 북한의 상황을 감안,건설적이고 호의적인 제안을 해야 할 것이다.
南北 모두가 승리하는 길은 겨레의 공존 공영을 위해 대결을 지양하고 대승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우리측은 北韓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선의의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할 태세가 되어있음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무력충돌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장래를 망치며 南北韓 모두를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낙오시킬 뿐이다.비극적 韓國전쟁의 아픔을 딛고 피땀으로 어렵게 재건한 남북한이 다시금 戰禍에 휩쓸린다는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남북한 정상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및 세계정세를 안정시키고남북간의 교류협력을 촉진시키며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南北韓 정상이 복잡하고 어려운 군축문제,연방제 통일방안,인권문제등을 가지고 논쟁만 벌인다면 심각한 이익 상충으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사전 조율과 구체적 준비없이 정상이 만나기 때문에 너무 큰기대를 걸거나 낙관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역사적 기회가 유명무실하게 끝나서도 안된다.
의미있고 실속있는 정상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양측이 일방적 주장이나 선전효과에만 집착해서는 안되며 모호하거나 원칙적인 합의에 만족하는 수준에 그쳐서도 안된다.남북정상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우리 민족이 공존 공영할 수 있는 길을 찾고 함께 통일기반을 쌓겠다는 문제의식과 사명감및 성실한 자세를 지니고 역사적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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