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PD.작가 영역다툼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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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작가와 연출자의 마찰로 드라마 제작이 차질을 빚고 있다.방송중인 드라마 연출자가 작가의 요구에 따라 전격 교체되는가 하면캐스팅까지 완료된 새 주말연속극이 작가의 집필거부로 두달이나 제작이 지연되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것.
SBS 월화드라마『작별』은 13,14일 2회분 방송이후 연출자 김수동PD를 곽영범PD로 교체했다.이유는 작가 김수현씨가『작별』의 제작사인 삼화프로덕션측에 연출자 교체를 요구한데 김수동PD도『작가와 스타일이 맞지 않다』며 스스로 물러날 뜻을 내비쳤기 때문.
김수현씨는 자신의 대본에 연출자의 상상력이 개입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기로 유명한 작가.이번에도 김수동PD에게 대본에 있는 그대로 연출해 줄것을 요구했으나 1,2회 촬영분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자 연출자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KBS-2TV『남자는 외로워』의 후속으로 7월2일 방송예정이었던 새 주말연속극『바람불어도』는 작가의 집필 거부로 방송을 두달이나 연기한 경우.작가 허숙씨는 이 드라마의 남녀주인공이 허준호.하희라로 결정되자『주인공의 이미지는 지적이 고 귀공자풍인데 허준호는 야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배역교체를 요구했다.그러나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그 과정에서 연출자에게『인격적인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허씨는 대본이 2회분까지집필된 상태에서 드라마 자체를 포기하 겠다고 폭탄선언을 해버린것. 이 때문에 KBS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남자는 외로워』를 두달간 연장방영키로 결정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과거에도 작가와 연출자의 마찰은 없지 않았다.그러나『작별』『바람불어도』의 불협화음은 작가의 지위가 향상된 현 시점에서 작가와 연출자의 권한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프로듀서연합회는 17일『작별』의 연출자 교체에 대해 성명을 내고『겨우 1회분 방송이 나간 직후 연출자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작가의 영역을 넘어 서는 것』이라며 김수현씨와 삼화프로덕션측에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수현씨나 작가협회.삼화프로덕션에서는 아직 별 반응이 없는 상태다.
SBS의 드라마 총괄부장인 이종수PD는『작가와 PD는 권한을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늘 마찰의 소지가 있다』면서『그러나 어떤 경우든 방송중단등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극한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파를 사용하는 공인의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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