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모면카드 인식 적극적-北 정상회담 예비접촉 수락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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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南北정상회담 성사까지 우여곡절이 없을수 없으나 북측 전화통지문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
북측의 반응이 통상의 경우보다 약간 빨랐던 점이나 예비접촉의형태.일시및 수석대표의 급등에서 이례적으로 이견없이 우리측 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점에서 그렇다.
전통문에서 金日成주석이 카터前美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의 뜻을 먼저 밝힌 점을 언급지 않은게 다소 걸리는 대목이지만 어쨌든 예비접촉 수용으로 중재역에 나선 카터의 발언에 한층 무게를 더해주었다. 北韓이 유엔 안보리의 對北제재 결의를 앞두고 긴장이 극도로 높아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통문에서「오늘 나라에 조성된 첨예한 정세」때문에 정상회담이절실히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그 때문이다.
北韓과의 3단계 고위급회담이냐,유엔제재냐는 갈림길에서 北韓을관찰중인 美國을 의식해 우리측 제안을 서둘러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통문만으론 北의 對南정책 틀이 변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3월의 특사교환 실무접촉때 북한이 물고늘어진▲전민족대단결 도모▲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방도 확정▲민족자주성의 원칙수호등을 예비접촉 단계든 정상회담에서든 계속 주장할 것이란암시를 전통문에서 찾을수 있다.
예를 들어 정상회담 개최로「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기쁨을 주자」는 대목은 민족대단결의 다른 표현으로 볼수 있다.
북한이 파상적으로 제기하는「8.15민족대회」도 이 노선의 반영이다. 미키 前日本총리부인의 말대로 북한이 8월15일께 남북정상회담을 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정상회담도 민족대단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8월15일 정상회담 개최희망설이 나오자 국내 반응이 다갈래로엉키는 상황에서 우리측 제의를 전격 수용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도 있다.
한편 정상회담이「나라의 평화와 자주적 평화통일의 새로운 희망을 주는 역사적 사변」이 될 것이라는 전통문의 지적은 북측이 평화.통일방안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金日成이 카터에게 밝혔다는 남북한의 10만명 수준으로의 병력감축등과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에 입각한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예비접촉의 북측 기본발언은 정상회담의 실현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동안 남북당국간 대화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실무자들을 활용해온 관례를 보아 예비접촉의 대표단장으로 조평통 부위원장급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접촉에서 북측은 단장의 기본발언을 통해 대화.압력을 병행해선 곤란하다며 유엔안보리의 對北제재 결의부터 포기하라고 주장할 소지가 있다.우리측이 일시.장소만 논의하자고 해도 북측이 의제 논의를 들고 나올수 있으며 민족의 모든 현안 을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을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수도 있다.
장소는 우리측이 어디서나 만나겠다는 입장인만큼 북측은 1차회담을 평양에서 갖자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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