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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교수 오지그릇전/전통옹기와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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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민정서 물씬… 덕수궁서 250점 전시
우리의 고향집 뒤뜰에서 변함없이 「한국의 맛」을 지키던 간장·된장·김칫독들.우물에서 갓 길어낸 시원한 물을 담아 아낙의 머리위에 얹고 갈때 쓰이던 물동이.요즘 서울 덕수궁에 가면 아스라한 기억속에서나 떠올릴수 있는 이같은 전통옹기 들을 만날수 있다.도예가 김석환교수(62·단국대 도예과)가 오는 7월7일까지 덕수궁 함녕전 뜰과 행각에서 열고 있는「김석환 도예전―오지그릇의 어제와 오늘」에는 우리 어머니·할머니들의 숨결을 느낄수 있는 전통 옹기 1백40점과 이를 현대화시켜 맥을 잇고 있는 김교수의 작품 1백10점이 전시되고 있다.
『옹기의 소탈하고 투박한 맛은 한국 서민정서의 진수라 할수 있습니다.요즘같이 매끈매끈한 현대생활에서는 꺼칠꺼칠하고 푸근한 옹기가 생활의 여유를 더해주지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얘기는 뒷전으로 하고 옹기의 맛과 멋에 대해 열정적으로 말하는 김교수는 우리 생활 한가운데 있어야 할 옹기가 전시품으로 전락(?)하고 일부는 골동품이 돼버린 현실이 너무도 마음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표한다.옹기가 우리생활속에서 사용된 예는 수십가지가 넘는다.간장을 따르던 귀대접,약을 가는 약연과 소주를 내렸던 소주고리,물을 떠놓고 빌던 물동이인 옥수동 등.부엌살림뿐 아니라 굴뚝으로 사용하던 연가,어둠을 밝히는 등잔,물을 담아 두드리면아름 다운 소리가 나는 악기 훈등 전 생활 영역에 걸쳐있다해도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옹기들은 김교수가 2억5천만원의 거금을 들여 평생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은 전통옹기 1천5백여점중 골라 뽑은 것들.또 김교수의 작품 또한 옹기흙을 이용,옹기의 이미지와 그 형태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들이다.
『옹기 박물관을 만드는게 평생의 꿈입니다.옹기를 보전·계승하는 일은 곧 우리 선조들의 서민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현재 덕수궁 담벼락에 방치되다시피한 옹기를 한곳에 모아 전시하고 또 옹기의 유래 등에 관한 이론적 연구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김교수는 자신의 뜻을 이해하는 독지가가 나서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10년만에 여는 이번 전시회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등을 역임한 김교수의 12번째 전시회.원로 국문학자인 장덕순씨(75·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가 부군이다.〈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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