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사상 본받아야 서구 정신위기 극복”/재평가되는 동양의 가르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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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양학자들 정문연 학술회의서 주장/이웃간 사랑·자연존중 등 수용 강조
유교의 기본정신으로 위기에 처한 서구의 교육및 윤리문제를 극복하자는 주장이 서구학자들에 의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이같은 주장은 22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이현재)에서 개막된 제8회 한국학 국제학술회의에서 나왔다.「유교문화 의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주제로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외국인 학자 25명을 포함해 4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유교가 철학·문학·예술·교육등 현대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이번 학술회의의 특징은 동양권에서 권위주의의 상징으로서 다소 부정적으로 비치는 유교가 서구학자들로부터는 서구윤리의 결함을 보충할 수 있는 가르침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이다.
22일 기조발표를 한 시어도어 드 베리 미국컬럼비아대학 명예부총장은『한국·일본·대만등 자원부족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이들 국가에 공통적인 노동윤리에 관심이 미치게 되었다』면서 『근면·자립심·집단훈련·자기발전열망등 아시아 지역 노동자들의 공통점이 유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교와 현대교육의 위기」라는 주제로 연설한 그는『서구 교육이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어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사회적 책임과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는 유교적 가르침을 교과 과정에 도입하면 서구교육의 결함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 베리씨는 이어 현대교육에 대해 전문화가 지나친 나머지 무책임한 개인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지금이야말로 인생과 세계,인격적 책임감에 가치와 위엄을 부여하는 유교정신을 되살릴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는 또 루신(여신)중국사회과학원부원장도 지금까지 비난해왔던 것과는 달리 유교사상의 일부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현대중국에서 유교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도덕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보다 우위에 두는 유교를 현대 중국의 지도이념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휴머니즘적 요소·봉사정신·자연경외사상등은 중국의 근대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3일 열린 분과회의에서「유교와 현대서양윤리」라는 주제발표를 한 필립 아이반호 미국스탠퍼드대교수는 먼저 『현대 서양철학의 주류가 비생산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하고『유교이념중 상당부분이 그런 서양철학의 흐름을 바로 잡아줄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반호교수가 유교정신중에서 최고로 꼽은 점은 덕이었다.그는 아무리 훌륭한 정치체제를 갖춘 나라일지라도 국민들이 덕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대 서구철학이 정치체제를 훌륭하게 만드는데 매달린 나머지 훌륭한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국가권력의 억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지나치다보니 오히려 경제적 약자들이 사회로부터 따돌림당하는 부작용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이반호교수는 이런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및 이웃간의 끈끈한 유대와 자연환경 존중사상이 필요한데 유교에서 그런 사상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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