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학생운동권 시위양상도 최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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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南總聯 소속 학생들의 폭력시위를 수사중인 검찰은 지방 C大 裵모군(21)으로부터 압수한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시위 양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실감했다.학생들이 시위 홍보를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하고 무선전화기와 무선호출기를 휴대하 는가 하면 경찰에 검거될 것에 대비,조사받을 때의 행동지침서까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日製 히타치社 16㎜ 비디오카메라로 제작된 60분 분량의 테이프에는 학생들이 쇠파이프로 전경들을 사정없이 구타하고 방패와최루탄 발사용 총을 빼앗는 시위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검찰 조사결과 이 테이프는 南總聯소속 학생들의「UR(우루과이라운드)비준반대 上京투쟁」을 홍보하기 위해 자체 제작된 것으로밝혀졌다.
테이프는 방패를 놓치고 무방비 상태로 쓰러진 전경을 쇠파이프로 두들겨 패는 충격적인 장면등 학생들이 전경들을 포위,무장해제 시키는 장면까지 방송사가 찍은 필름보다 훨씬 자세히 담고 있다.채증사진을 확보하지 못해 고민하던 검찰은 이 테이프를 영장 청구시 증거물로 담당판사에게 제출하는 한편 시위주동 인물을가리기 위해 학생들을 조사중인 각 경찰서로 복사한 테이프를 보냈다. 담당판사도 검사가 제출한 테이프를 보고『방어적 개념의 시위로 볼 수 없다』며 시위의 폭력성을 인정,동료학생을 병원에입원시키기 위해 시위현장을 일찍 떠났던 여학생 4명을 제외한 43명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上京투쟁의 실적을 홍보하려던 게 오히려자신들을 묶는「올가미」가 된 셈이다.
경찰에 연행된 대부분의 학생들은 또 시위현장에서 연행됐음에도폭력을 쓴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거나『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왔다』며 열차 탈취사실을 전면 부인하는가 하면 일부는 묵비권까지행사하는등 비교적 소신이 뚜렷했던 운동권 前세 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게 검찰 관계자들의 말이다.
검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피검시 행동지침」에 따르면▲연행시 메모나 문건등은 먹어버릴 것▲경찰에서 쓴 자술서는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법정에서 자술서 내용에 대해 부인할 것▲검찰에서는 경찰조서가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임을 강조하며 진술을 번복하고 되도록 비논리적으로 대응할것 등을 교육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공안관계자는『전경과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충돌하는 상황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홍보용 비디오테이프를 찍어대는 현상을 단순히 비디오문화에 익숙한 이른바 X세대의 관습으로만 보기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으며 예전 운동권 학생들에 비해「소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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