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이명박의 새로운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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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호남은 비정한 땅이었다. 오랜 구애(求愛)도 통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두 번의 대선에서 호남 투표자의 90% 이상이 한나라당 반대편으로 향했다. 이번 대선에선 어떨까. 전북 익산 출신으로 한나라당 호남인맥의 대표주자인 김덕룡(66·서울 서초을·5선) 전 원내대표는 28일 “호남 민심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20%가 넘는 호남의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유지될 수 있을까.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년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안정적이다. 결정적 순간엔 더 오를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도 범여권 후보가 호남에서 몰표를 얻을 수 있을까.

“지역에 따라서 표쏠림 현상은 있겠지만 몰표 현상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도 역시 51대49라는 전망이 있는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70대30으로 본다. 최소한 20%포인트 차이는 날 거다.”

-그 이유는.

“호남이 달라졌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는 김대중(DJ)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한(恨) 비슷한 것이 있었고, 지역대결 구도가 첨예했다. 이제는 DJ의 영향력이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호남인들도 지역주의에서 탈피하고 있다. 편향됐던 지역주의의 결과가 뭔가. 호남인들이 두 번 대선을 주도해서 대통령을 뽑았는데 과연 호남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됐나. 그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 있다.”

-12월 19일 투표 때는 결국 범여권 후보에게 쏠리지 않을까.

“범여권에 그런 후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70%가 호남을 대표할 만한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후보는 탈(脫)정치적인 컬러를 갖고 있다. 기업에서 성장했고, 정치도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는 활동을 했다. 이 후보가 경선에서 이긴 것은 호남과 수도권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호남이 이 후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기반이 되고 있다.”

-호남의 이 후보 지지세력은 어떤 이들인가. 세간에는 기독교인, 경제인, 고려대 출신이 핵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런 분들이 더 애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경제를 살릴 것 같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지지다. 취업을 바라는 20대, 30대와 규제에서 벗어나 마음껏 활동을 하고 싶은 기업인들, 편 가르지 않는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지지다.”

-한나라당의 정당 지지율이 호남에서 10%를 넘어섰는데.

“예전엔 독립운동하는 용기가 아니고선 호남에서 한나라당 못한다고 했다. 이제는 밀어줄 테니 잘해봐라는 격려를 받고 있다. 얼마 전 호남지역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좋겠습니까’란 질문에 찬성 47%, 반대가 43%였다. 한나라당 집권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거다. 앞으로 선대위 출범하면 깜짝 놀랄 거다. 전직 민선지사 등 호남의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할 것이다.”

-그 같은 변화의 이유는.

“지난 두 정권의 실정에서 오는 반사이익이 있는 것도 맞다.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있고, 한나라당도 정성을 쏟았다. 호남 예산을 전적으로 뒷받침했다. 이 변화는 확 사라지는 신기루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가진 영남당 이미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의 완승은 수도권의 호남인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 중 20%가 호남 출신이다. 토박이 호남인들과 수도권의 호남인들은 상호 영향을 준다. 지금은 수도권 호남인들이 변해서 호남 토박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두 번의 대선 패배는 수도권 호남인들이 저쪽을 선택한 때문이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역주의는 빠른 속도로 해체될 것이다. 이 후보는 지역주의적인 인물이 아니다. 편견 없이 정책과 인사를 할 것이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도를 유지하기 위한 복안은.

“당이 탈(脫)영남으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성심으로 호남을 끌어안아야 한다. 호남 특별대책도 만들 필요가 있다.”

이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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