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구연대회 13명 참가 경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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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양이는 왜 쥐를 잡아먹을까요?』 『원래 고양이는 마음씨가착했답니다.고양이는 자기 집을 찾아온 병든 쥐 가족을 잘 보살펴 주었어요.그런데 쥐들은 일도 않고 놀면서 새끼만 자꾸 낳았어요.견디다 못한 고양이는 하느님께 도움을 청했어요.난처하신 하느님은 고양이에게 마 음대로 하라고 하셨어요.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에요.집에 돌아와보니 아기 쥐들이 가구랑 책등을 다 갉아먹어 성한게 하나도 없었어요.그때 고양이의 눈엔 시퍼런 불꽃이 피었어요.이놈들 이젠 정말 못참겠다.야옹!』 어린이들은 權正國씨(34.은행원)가 무서운 고양이 흉내를 내자 깜짝 놀랐다간 이내 함박 웃음을 터뜨린다.
아동문학연구소(소장 嚴기원)주최 「제4회 전국 아버지 동화 口演대회」가 열린 지난 18일 오후2시 서울YMCA 강당.엄마.선생님과 함께 참석한 2백여명의 어린이들은 대회에 참가한 아버지들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에 시종 꾸밈없이 즐거워했다.
올해 참가한 아버지는 13명.때론 늙은 할아버지로,때론 어린이 목소리로 성대묘사를 하며 창작동화속에 담긴 뜻을 재미있는 얼굴.손짓 연기를 섞어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權씨는 「고양이는 왜…」로 이날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동화구연은 이야기를 말로 재미있게 들려주는 종합예술.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술,표정과 태도,분위기도 아이들을 동화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큰 몫을 한다.더욱이 아빠가 들려주는 동화는 엄마의 섬세함.부드러움과 달리 강하 고 정의로운느낌을 준다.
嚴소장은 『평소 자녀들과 대화가 적은 아버지들이 직접 이야기를 하게함으로써 친근감을 더해주고 아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매년 이 대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학교 2~6년생 30명과 함께온 송파글짓기학원 吳良心씨는『이야기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가 간접적으로 대화를 나눔으로써 정서순화는 물론 발표력.표현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상인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은 張榮鎬씨(37.회사원)는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부모를 위해 만두를 만드는 이야기 「도단이의 요리솜씨」로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국민학교 3학년 도단이는 요즘 TV 요리프로를 매일 본답니다.학교에서 필기도 잘 안하는 도단이가 왜 열심히 요리공부를 할까요.「도단아 배고프면 자장면 시켜먹어.도단아 배고프면 피자시켜먹어」.학교에서 돌아오면 텅빈 집안엔 엄마의 편지만 놓여 있어요. 그때부터 도단이의 수첩엔 친구 전화번호 대신 탕수육.
해장국 만드는 법등 요리법들이 늘어만 갔어요.오늘은 저금통을 털어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물만두를 만들었어요.그러나 엄마는 밤10시가 지나 들어오셔선 그냥 주무시고 아빠는 술에 취 해 돌아오셨어요.아무도 도단이가 정성스레 만든 물만두를 드시지 않았어요.혼자 물만두를 먹는 도단이의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요.』청중들과 함께 이 대회를 끝까지 지켜본 張씨의 부인 潘京姬씨는 『비록 우리집 경우는 아니지만 남편의 이야 기를 진지하게 듣는 저 아이들이 부모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곰곰 되새기게 됐어요』라며 남편의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金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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