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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멸종은 질식死 때문-美지질학자 게리 랜디스씨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미국의 지질학자 게리 랜디스는 영화『주라기 공원』을 보면서 무릎을 쳤다.
실험실로 달려온 그는 동료 고생물학자 케이스 리그비가 몬태나주에서 모아온 선사시대의 호박을 찾아내 그속에 맺혀있는 공기방울의 성분을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1억6천5백만년전에서 6천5백만년전에 걸쳤던 백악기의 대기중 산소농도가 현재의 21%보다 훨씬 높은 37%나 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뿐만 아니라 백악기말엽의 대기중 산소농도가 갑작스럽게 28%로 떨어졌다는 점도 밝혀냈다.
랜디스를 흥분시킨 것은 대기중의 산소농도가 갑작스럽게 떨어진백악기말엽이 공룡이 멸종한 시기와 일치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근거로 랜디스와 리그비는 활동적이었고 덩치가 컸던 공룡들이 갑작스럽게 산소가 부족해지자 호흡곤란으로 질식사해 멸종됐을 것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내놓았다.
랜디스는 백악기말엽에 갑자기 산소 농도가 떨어진 이유를 당시의 화산활동과 연관지어 설명하면서 그의 주장을「페일레(폴리네시아語로 화산의 여신이란 뜻)가설」이라고 이름붙였다.
미국의 과학전문잡지『테크놀로지 리뷰』최신호는 랜디스의 가설과함께 다른 학자들의 반론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지구화학자 하먼 크래이그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해럴드 호펜버그교수는 각각 산소와 프로판가스가 호박을 투과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이면서 호박 속의 공기방울이 백악기의 대기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끈한 랜디스는 크래이그와 호펜버그의 실험에 하자가 있었다고지적하고 새로운 실험으로 호박 속에 맺힌 공기가 완전 밀폐될 수 있음을 다시 입증하고 나섰다.
리그비는『만약 호박을 뚫고 산소가 새나올 수 있다면 어째서 호박 속의 공기방울에 지금보다 짙은 농도의 산소가 남아 있었겠느냐』고 반문한다.
두 학자의 새학설로 인해 거대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나타난 기상이변으로 공룡이 멸종됐을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학설이 아직은 흔들릴 조짐은 없다.
하지만 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한동안 학자들 사이에 회자될것으로 보인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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