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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에 운동화 신긴 아식스 창업주 오니쓰카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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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아식스의 창업주 오니쓰카 기하치로(사진) 회장이 29일 심부전으로 타계했다. 89세.

 고향인 돗토리현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1949년 고베에서 아식스의 전신인 운동화회사 ‘오니쓰카상회’ 문을 열었다. 당시 고베에는 신발공장들이 밀집해 있었다. 그는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농구화를 만들기 위해 몇 달 동안 고등학교 농구부 훈련을 지켜본 그는 급제동, 급출발이 가능한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는 낙지의 빨판에서 힌트를 얻어 곰보형 바닥을 고안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급정차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타이어 홈의 원리를 응용해 가속과 급제동에 뛰어난 제품도 만들었다.

 1호 개발품인 ‘오니쓰카 타이거 농구화’로 오사카와 고베 일대를 장악한 그는 레슬링·마라톤·배구 등 각계 유명 선수들에게 자신의 신발을 신겨 ‘오니쓰카 타이거’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다. 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우승한 아베베가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마이니치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호텔로 달려간 오니쓰카 회장은 아베베에게 “우리 회사 운동화를 신어달라”고 부탁했다. “에티오피아 황제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맨발로 달려야 한다”고 거절하는 그를 “도쿄의 거리에는 유리조각이 많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고 설득했고, 아베베는 오니쓰카 타이거를 신고 당당히 우승했다.

 77년 아식스로 이름을 바꾼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를 돌며 자사 제품 홍보에 전념했다. 메이저리거인 이치로 선수와 시드니 올림픽 여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다카하시 나오코 선수도 특수제작한 아식스 운동화를 신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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