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역사의 향기’ 찾아 가족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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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 돌을 끌려면 몇 사람이나 필요했을까?” 본지 패밀리 리포터 김혜원씨의 아들 고송주군(7)이 고인돌의 덮개돌을 직접 끌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다.

아이 데리고 답사여행 한번 떠나볼까 싶은 마음이 슬며시 드는 계절이다. 답사여행은 온 가족이 머릿속 켜켜이 쌓인 먼지도 털어내고, 역사공부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 사전 준비와 답사, 보고서 작성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다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터다. 본지 패밀리 리포터 김혜원(35)씨가 초등 1학년 아들과 8월에 다녀온 전북 고창 고인돌 유적 답사기를 엿봤다. 어린이 체험학습서 『슬픈 역사를 간직한 인사동』(열린박물관)을 지은 나들이 칼럼니스트 홍준희씨로부터 도움말도 받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관련 사이트·책 검색 필수

서해로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유적인 전북 고창 고인돌 유적지에 들르기로 했다. 먼저 전국지도를 펴놓고 아이와 ‘고창 찾기’를 했다. 여행지 지명과 유적지 위치를 익히기 위해서다. “고창군은 전라북도에 속해 있어” “할아버지 댁인 정읍과 가깝단다”라는 식으로 힌트를 줬다. 참고서로 고른 책은 『한 권으로 보는 그림 한국사 백과』(진선아이). 고인돌 만드는 과정을 찾아 읽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 시신을 묻는 위치에 따라 고인돌 모양이 달라진대요.”

관련 사이트와 도서 참고=관련 사이트에 들러 기본 정보를 챙겨가는 건 필수. 김씨는 고창군청의 고인돌 홈페이지(http://culture.gochang.go.kr/goindol)를 참고했다. 고인돌 사랑회(www.igoindol.net/index.htm)에는 전국의 고인돌 분포지와 해당 유적지 관람 유의 사항 등이 실려 있다. 책으로는 돌에 숨은 과학 원리, 세계의 주요 거석문화, 청동기시대를 비롯한 우리 고대 역사 등이 담긴 『고인돌』(열린박물관)을 권한다. 관련 지역의 안내지도는 군청 관광안내과에서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전국지도에서 답사지 찾기=집에 전국지도를 걸어놓고 도-군-면-리 순서대로 목적지를 찾아보게 해 가는 길을 자연스레 익힌다. 다녀온 뒤에는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여놓는다. 처음 간 곳은 빨간색, 두 번째 간 곳은 초록색으로 붙여 구별한다. 시간이 흐르면 가족여행 다녀온 곳이 어디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간단한 답사노트 미리 만들기=스크랩북 형태로 된 답사노트를 미리 만들자. 이곳을 왜 가는지, 가면 어떤 것을 볼 수 있는지 등을 익힌다. 나이가 어리다면 글 대신 그림으로 그린다. 답사지에서 챙겨야 할 지식을 질문 형태로 넣어줘도 좋다. 이렇게 만들고 떠나면 현장에서 떠오른 궁금증을 메모하는 습관이 길러진다.

몸으로 느끼자 … 궁금증은 메모하는 습관

고창군에 드디어 도착했다. 고인돌공원 안내소에서 안내책자를 받아 꼼꼼히 읽어봤다. 안내서에 적힌 대로 바둑판 모양의 남방식 고인돌이 많았다. 야외전시장에는 고인돌 덮개돌(상석)을 직접 끌어볼 수 있는 체험실습 도구도 있었다. “이렇게 큰 고인돌을 움직이려면 몇 사람이나 필요했을까?” 아이가 물었다. 답사할 때 늘 갖고 다니는 『한국사 편지1』(웅진주니어)를 뒤적여보니 “무게가 수십 톤에 이르는 덮개돌을 운반하려면 장정 500명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다음은 움집마을. 지붕과 벽면을 유심히 살펴보던 아이가 “책에서 그림으로 볼 적엔 짚으로 만든 집이어서 툭 치면 쓰러질 줄 알았다”고 감탄한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튼튼하다”는 것. 움집 안에 앉아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불 피우던 모습을 상상하며 재현했다. 바닥에 있는 돌과 나무토막을 주워 소품으로 활용하니 정말 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 전북기념물 제49호인 도산리 지석묘도 구경했다. “탁자 모양으로 된 고인돌이 바로 이거네요.”

답사노트를 적극 활용하자=답사노트에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정보를 메모해 보자. 궁금한 점도 적는다. 사전에 적어둔 질문거리에 대한 답도 찾아본다. 부모도 참여해 아이와 답을 비교하면 흥미를 돋울 수 있다.

답사 후기 남겨 깔끔한 마무리를

다녀온 뒤 유적지에서 찍은 사진을 돌려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움집에서 불 피워본 게 가장 재미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온 지석묘가 인상적이었다.” 체험 활동 내용이 담긴 사진을 여러 장 골라 답사보고서에 붙였다. 고인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그림을 안내책자에서 오려 붙이고 느낀 점을 적었다. 이번 답사를 계기로 청동기시대에 부쩍 흥미를 갖게 된 아이가 “다음에는 청동검을 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른 시일 내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청동검, 청동기 거푸집, 민무늬 토기 등을 보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답사퀴즈=귀갓길에는 부모가 미리 공부한 내용을 퀴즈로 내본다. 지식을 확인하기보다는 즐거운 놀이시간이 되도록 유도한다.

답사노트를 보고서로 발전시킨다=답사노트를 기초로 답사보고서를 만든다. 사 진과 감상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답사 과정에서 생긴 궁금증을 적극 해결하는 장으로 활용한다. 이렇게 만든 보고서는 아이가 크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선물이 된다.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됨은 물론이다.  주제를 하나 잡아 6년간 주력한다=초등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방학과제로 나오는 ‘탐구학습’과 답사여행을 접목해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왕릉을 주제로, 고대부터 조선까지 왕릉의 변화를 관찰하는 식으로 하면 한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게 돼 알찬 탐구학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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