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며 쓴 기사 감동적… 불필요한 통계·설문조사 피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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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08면

올해로 6회를 맞은 ‘대학생 기획·탐사기사 공모’에 전국 28개 대학에서 42개 팀, 82명이 참여했다. 대학생의 시각에서 소재를 선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신선한 느낌을 준 작품이 많았다.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 정성껏 쓴 기사들도 감동적이었다. 반면 현장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기사를 쓴 경우도 있었다. 발로 뛰는 기사가 값어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장을 매끈하게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모전 심사평

그렇다고 형식을 등한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사 형식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기사는 대학의 리포트, 학술 논문과는 그 형식이 전혀 다른데도 이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 유감이다. 참신하게 변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사라는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언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경우 어설프게 신문 기사를 흉내 내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여론조사 등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정확하게 조사하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남역 앞을 지나가는 시민 30명을 잡고 물어보는 방식으로 조사한 것을 ‘무작위(랜덤) 조사’라고 한 응모작이 적지 않았다. 무작위 조사는 100명 중 10명을 선정한다고 가정할 때, 누구든지 뽑힐 가능성이 10분의 1 확률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냥 취재하기 편한 대로 몇 명을 잡아서 하는 여론조사는 임의 조사, 편의 조사다.

정밀 저널리즘은 과학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 통계와 여론조사 수치를 대충 끌어 모아 형식만 갖추는 게 아니다. 관련없는 통계나 설문조사를 남발하는 것은 기사의 논리를 전개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심사위원들은 주제의 참신성, 기사 내용의 심층성, 기사에 담은 사회적 메시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심사 결과 심사위원 모두가 공감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찾지 못해 아쉽게도 최우수작은 내지 못했다.

우수상을 받은 ‘차별과 소외로 얼룩진 삶 마지막 한센인’은 언론에서 많이 다룬 주제이지만 현장감각이 돋보였다. ‘환경보증금 무엇이 문제인가’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회용 컵의 보증금 문제를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짚어냈다. 통계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한 점도 좋았다. ‘통조림 된 지식을 섭취한다’는 지식을 쉽게 얻으려는 현대인의 속성을 잘 지적했다.

가작으로 뽑힌 ‘오스트레일리아 드림, 그 현실’은 오랜 기간 공들여 취재한 것이 높게 평가받았다. ‘편견으로 고통받는 한국인 무슬림’은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와 관련해 시의적절한 소재를 선택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대학’은 생활 주변에서도 눈여겨보면 기사의 소재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수상자들의 정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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