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배기 아빠 천준호씨 아이 잘 키우는 아버지 학교 열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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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05면

천준호씨와 태민이. 이형관씨와

“태민이 덕분에 ‘아이 키우는 아버지 학교’도 시작하게 된 거죠. 참석한 아버지들이 ‘나도 그랬다’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청년사회운동단체 KYC의 공동대표 천준호(37)씨는 지난 4월부터 서울·천안·성남 등에서 예비 아빠와 영·유아를 둔 아버지를 대상으로 ‘아이 키우는 아버지 학교’(1박2일 과정)를 운영하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운동도 벌이고 있다. 원래 KYC는 20, 30대 유권자 운동 등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사회참여활동에 주력했다. 그런데 천 대표가 아들 태민(4)이를 키우면서 아버지의 육아 문제에도 눈을 돌리게 됐다.

“태민이가 16개월쯤 됐을 때 자기 이마를 마구 바닥에 찧더라고요….”

천 대표는 “네가 그렇게 떼를 써도 아빠는 꿈쩍 안 한다”며 아이를 야단쳤다. 가끔은 매도 들고 컴컴한 방에 혼자 벌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면 아이는 울면서 아빠에게 안겼다. 태민이가 두 돌 무렵 “아빠 역할을 공부하라”는 아내(33)의 조언에 육아서를 읽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교육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아기들은 감정표현이 잘 안 돼서 그런 행동을 한 건데, 태민이가 얼마나 무서웠을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자신보다 빨리 출근하는 아내 대신 아침밥을 챙겨 먹이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것만으로 좋은 아빠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 학교를 연 이유도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역할과 아빠의 역할은 다르지만 ‘권위’만 앞세우면 관계형성이 잘 안 되거든요. 아이가 청소년이 돼서도 계속 아빠가 영향을 주려면 만 세 살 때까지가 아주 중요해요. 부모가 아이 대신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안 되죠.”

천 대표는 지금도 1년에 최소한 세 권 이상의 육아서를 읽는다. 토요일 행사가 많다 보니 주말마다 출장을 가지만 일요일 점심 때 돌아오면 무조건 태민이와 놀아준다. 전날 밤을 새워도 공차기도 하고 자전거도 탄다. 주중에는 일주일에 2~3일은 꼭 일찍 퇴근한다. 대신 다른 날 밤늦게까지 일한다.

“책 낸 아빠들을 어떻게 따라 하겠습니까. 그래도 아이와 하루 10분이라도 진심으로 놀아준다면 분명히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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