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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정부수반회의 참관기/지구촌전체가 북핵제재 원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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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경론 우세속 중국·가 반대/“미·중 앞장 대화설득” 주장도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제12차 전직정부수반회의(IAC)에는 영국의 캘러헌전총리,서독의 슈미트전총리,일본의 후쿠다(복전)전총리,캐나다의 트뤼도전총리,호주의 프레이저전총리,네덜란드의 반아흐트전총리,브라질의 사르네이전대통령,잠비아의 카운다전대통령,코스타리카의 아리아스전대통령,그리고한국의 노태우 전대통령등 20여명의 전직 국가원수 또는 정부 수반이 참석했다.
또 미국의 키신저전국무장관·맥나마라전국방장관,중국의 황화(황화)전외교부장,러시아 의 브루텐스 전대통령보좌관등 10여명의 전직 장관급 인사들이 특별객원으로 참석했다.
이 회의는 세가지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오늘날 세계정세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평가」「새로운 세계적·지역적·국제기구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옛 공산권에 있어서 중앙통제경제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문제점들의 해결방안」등이 그것이었다.
이 회의의 특별객원으로 노전대통령을 수행했던 필자에게 이 회의는 하나의 작은 유엔총회처럼 비쳤다.지난날 일정한 시기에 각각 자기 나라의 국정을 책임맡았던 세계적 정치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깊이있게 토 론하는 가운데 해법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회의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한 것은 북한의 핵문제였다.제1차 본회의가 열리자마자 의장인 슈미트 전서독총리는『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대해 큰 위협을 주는 심각한 사태』라고 선언 한 뒤 노 전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
노 전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에 집착하는 동기와 북한 핵개발의현황을 설명한 뒤 대처방안을 제시했다.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 승인과 경제적 협력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외교카드론」,그리고 북한이 자신의 체제유지에 대한 위기감에서 생존 보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생명보험론」등 외교계와 학계에서 제시되고 있는 다각적인 해석들을 모두 짚어본 뒤『결국 현재의 시점에서는 국제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해 단계적인 제재조처를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보여야 한다』고 매듭지었다.
캘러헌 전영국총리가 전적인 공감을 나타냈다.그는 김일성이 북한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과 아울러 대한민국에 대한 「공갈적 협상」을 시도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뒤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은 핵무기 개발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것이라고 단언했다.그는 자신이 가진 정보로는 북한이 아무리 늦게 잡아도 내년 후반기까지는 핵무기를 손에 넣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서방세계의 강경한 공동보조가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트뤼도 전캐나다총리는 반론을 제시했다.
강대국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에 대해서는 왜 말을 하지 않고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만 흥분하느냐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의 거의 모두가 반론을 폈다.우선 사르네이전브라질대통령은 김일성체제의 「악마적 성격」을 지적했다.김일성은 히틀러나 다름없는 광신적 교조주의자이며 자신이 위급해지면 핵무기도 쓸 위인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은 반드 시 저지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키신저 전미국무장관도 김일성에 대한 강경대응론을 제시했다.베트남협상에 직접 참가했던 자신의 경험담도 섞어가면서 그는 공산주의자와의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힘의 과시」라고 역설했다.『이쪽에서 뭔가 약하게 보이는 자세를 취하면 공산주의자들은 그것을 무자비하게 활용한다』고 경고한 그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황화 전중국외교부장은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에 맞게 제재반대론을 폈다.김일성의 특이성격과 북한체제의 타성에 비춰볼 때제재를 가하면 반드시 무리하게 대응할 위험성이 따르게 되므로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프레이저 전호주총리는 남북한과 미·중의 4자회담안을 제시했다.특히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에 줄 것은 주고 핵개발은 포기시키도록 설득하는 길을 찾자고 제의했다.그러나 결론은 북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단계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났다.회의 마지막날 발표된 공동성명은 바로 그 결론을 제4항으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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