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誤譯으로 2백16억원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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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양한 언어가 공용으로 쓰이는 유럽의 통합체인 유럽연합(EU)이 번역 잘못으로 인해 무려 2백16억여원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손해를 보게 됐다.
EU집행위는 독과점규정의 번역상 실수가 인정돼 2천7백만달러가 걸린 석유화학업체들과의 법정싸움에서 패소하게 됐다고 16일英國 파이낸셜 타임스紙가 보도.
이 신문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는 15일 14개 석유화학업체가 자신들에게 부과된 2천7백만달러의 벌금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3개국어로 번역된 EU의 관계법령에 중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것.재판부는『영어.독어.불어 로 각기 번역된 EU의 독과점 관련규정들이 서로 내용상 정확히 일치한다고볼수없어 법률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5년간 끌어온 이 재판은 88년 EU집행위가 독과점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유럽 14개 업체에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자 해당업체들이 3개국어로 기록된 규정이 서로 달라 효력이 없다고 반발해 시작된 것.
이번 판결로 EU측은 2천7백만달러를 잃게 된 것은 물론 5년간 양쪽에서 쓴 엄청난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됐다.
이와함께 자크 들로르 EU집행위원장이 모두 5개 국어로 번역된 독과점규정중 3개국어로 기록된 규정에만 본인이 직접 사인하고 이탈리아.네덜란드어로 된 나머지 2개는 피터 서덜랜드 당시부집행위원장에게 사인토록 한 사실도 결정적인 잘 못으로 지적돼들로르위원장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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