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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은 철학인가 종교인가/대학간 논쟁 법정비화 조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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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북대/철학교수 임용때 제외/성대/“해명 미흡땐 법적조치”
『유학은 철학인가,종교인가.』
국내대학중 유일하게 유학과를 두고있는 성균관대 유학과 출신 철학박사 2명이 전북대 철학교수 임용과정에서 「유학을 철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탈락된뒤 제기되고 있는 논쟁의 초점이다.
논쟁의 발단은 올 2월 전북대 철학과 동양철학교수 채용과정에서 경합을 벌이던 세명의 지원자 가운데 성대 유학과 출신 권모씨등 두명의 탈락 이유가 알려지면서다.
전북대는 『유학과는 유학을 철학으로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과가 아니라 유교라는 종교를 습득시키는 학과이므로 철학으로서 한국유학을 강의하기에는 부적격하다』는 임용결격사유를 내세워 「채용예정분야 일치정도」심사항목에서 권씨등 성 대출신 두명에 대해 20점 만점에 0점 평점을 내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성대 유학대학은 교수들이 모여 3개월가까이 논의를 한 끝에 이달 11일 전북대측에 공식적인 「해명요구서」를 발송했다.
총장·학장·학과장 공동명의로 보낸 해명요구서에서 성대측은 『전북대가 내건 채용기준은 유교경전을 중심으로 유교철학 전반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유학의 학문적 위치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유학이 철학이 아니라고 밝힌 전북대 심사위원 C교수의 발언은 상식밖의 논리여서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성대측은 이와함께 해명요구서에서 전북대의 「부당한 교수채용기준」으로 인해 『유학과의 대내외적 위상및 유학과 출신자들의 명예에 커다란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북대측은 「정규 철학과 출신이 아닌 자를 채용대상에서 제외키로 한다」는 학과내규에 따랐을 뿐이라며 『유학을 정규 철학교육 과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당시 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어서 문제될게 없다』는 반응이다.전북대측은 『성대측 주장이 학교 고유 권한인 인사문제에 개입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불쾌한 심사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성대측은 『만약 유학의 학문성을 훼손한 발언에 대해 전북대측이 적절히 해명하지 못할 경우에는 유학과의 명예를 걸고 법적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며 강경한 자세여서 「유학의 철학성논쟁」은 자칫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이다.〈양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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