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의영웅>김현철-달의 몰락에 담긴 은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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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달이 진다,달이 진다,달이 진다… 나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탐스럽고 이쁜 저 이쁜 달」 나를 매일만날 때에도 그녀는 나에게 말했어.「탐스럽고 이쁜 달이 좋아」그녀가 좋아하던 저 달이 그녀가 사랑하던 저 달이 지네.달이 몰락하고 있네….』 김현철의 히트곡 『달의 몰락』은 제목부터가범상한 유행가 노랫말같지 않다.
딱이 범주를 가리기 어려운 야릇한 록 리듬에 실린 「저 예쁜달」의 의미를 단순히 아름다운 사랑의 대상을 표현한 것으로 가볍게 넘겨버리면 그 뜻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김현철에 따르면 이 노래는 매우 정신분석학적이다.
여기서 「달」은 戀敵이다.그의 노래는 그 달이 제발 몰락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그러나 달은 기울고 차기는 할지언정 매일 어두워지면 다시 나타난다.
사실 달의 존재에 관한한 어떻게 손을 쓸수도 없다.그래도 그가 계속 「달이 진다」고 거의 呪文에 가까운 말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짝사랑의 아픔에서 견뎌낼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달」이 몰락할 것인지,몰락했는지는 그 개인에게 중요하지 않다.자기만의 세계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하고 그 힘으로 삶을 지탱해나간다는 일종의 자기최면이 배어있다.
새로운 세대가 형성하는 매우 개인주의적인 「그들만의 세상」은독특한 논리와 약호를 먼저 이해하기 전에는 접근하기가 간단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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