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의영웅>7."달의 몰락" 가수 김현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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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중음악의 세계에선 가수,작.편곡자,연주자를 한 사람이 해내는 경우가 많은데도「작가」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대중적 기호에 영합하다보면 작가에 따라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할수 없기 때문이다.
『달의 몰락』이란 독특한 곡으로 정상에 오른 싱어송라이터 金玄澈(25)은 시류와 인기에 영합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사랑을받고 있다.
음악적 천재라고 표현하기엔 어울리지 않으나 그는 음악 자체만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작가가 되는데 성공했다.
88년 장필순의 히트곡『어느 새』가 김현철의 작품임을 알고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라틴 재즈 분위기의『어느 새』는 음악적 경험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19세의 작곡자에게서 나온 작품으로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89년 그의 데뷔앨범『오랜만에』에 삽입된『춘천가는 기차』라는시적인 노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사노바 리듬을 제대로 사용한작품으로 기록된다.
매일 심야에 MBC-FM『김현철의 디스크쇼』를 듣는 젊은이들은 그의 나이답지 않은 해박한 음악 지식의 깊이에 감복한다.게다가 평소 음악에만 몰두하는 성격임에도 의외로 달변이다.
「야마하 SY99」신시사이저를 연주하며 웬만한 퓨전재즈 연주를 능히 해내는 김현철의 공연 모습을 본 젊은이들은 누구나 그처럼 마음껏 음악세계에 빠지는 것을 부러워한다.
건반.기타.드럼등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하면서 언제 연구했는지 세련된 편곡감각과 시적인 가사를 무리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따로 음악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지만 고교때 아버지가 사주신 신시사이저 키보드를 연주하게 되면서 그의 음악적 감각은 매우 조숙하게 됐다.
서울 강남의 평범한 고교생이었던 그는 부모의 꿈이었던 의대 진학이 좌절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90년 5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자 87년 교통사고로 요절했던 천재 대중음악인 유재하를 연상시키며 그를 아끼던 음악선배들을 걱정시켰었다.
사고의 터널을 뚫고 나온 그가 92년『그런대로』라는 앨범으로회생을 알렸을 때만해도 그의 개성때문에 인기정상의 대중스타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않았다.
김현철은 92년 영화『그대안의 블루』주제곡과 94년『달의 몰락』으로 자기의 작품세계를 마음껏 표현하면서도 정상의 히트 작품을 내놓는 대중작가로 우뚝섰다.
그는「X세대」라는 말조차 싫어할 정도로 말초적인 감각만을 자극하는 것을 거부한다.
김현철은 레게나 힙합리듬을 반복 재생산하는 최근의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TV에서 흔히 하는 춤도 절대 추지않는다.
앳된 용모의 이른바「비디오형」가수가 아닌데도 X세대에게 호소력을 갖는 색다른 존재다.
〈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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