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汎국민 오락된 비디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얼마전 사회학을 연구하는 후배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있다.즉 젊은 노동자가 결혼하려면 냉장고.텔레비전만이 아니라 소위 VTR,즉 비디오 테이프를 보기 위한 장비를 필수품목으로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미혼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반수 가량이,그리고 결혼한 노동자들은 거의 전부가 이를 소유하고 있으며 1주일에 평균 2편의 비디오 필름을 본다고 한다.이 말이 통계학적으로 어느 정도 정확한지 나로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다 지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그렇지 않고서는 변두리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앉은 그 수많은 비디오가게의 존재가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비디오 필름 관람은 이제 텔레비전 관람 다음으로 중요한「국민적」오락이 되어 있다.따라서 어떤 필름들이 어떤 식으로 소비되느냐 하는 것이 정말「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감히「국민적」「국가적」이라는 거창한 형용 사들을 동원했지만 결코 과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이 경우에「대중문화」라든가,「대중오락」이라든가,「대중예술」이라는 단어들은 너무나 느슨하고 적실성이 결여된 것이 아닌가.사회의 모든 계층이 고루 즐기는 것을 그냥「대중적」이란 말로 형 용하기엔 무언가 부족하지 않은가.
이제 언론이나 행정당국이나 이른바 영상산업의 육성이라는 과제만을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국민적」문화소비의 구체적 현실에 대해서도 보다 깊고 다각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문화의 영역에 있어 일방적인 생산주 의적 경도는그나름의 커다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소비란 결코 경제활동으로 단순하게 환원될 수 없는 것일 뿐더러 나아가 각 개인의 삶에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기에 말이다.과연 우리 국민들은 비디오를 통해무엇을 보며 어떤 체험들을 하고 있는가.
만약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검열이란 형식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일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