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선진경제력 바탕은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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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몇 년 후에는 우리나라도 10대 경제先進國으로의 진입이 기대된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대비해 정부는 98년까지국민총생산 6천5백억달러,교역규모 2천6백억달러를 달성해 10대 경제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가 OECD 가입을 원한다고 곧 가입되는 것도,선진국이 금방 되는 것도 아니다.
불과 40년전 세계最貧國의 하나였던 韓國이 이제 선진공업국으로 변모했으니 이에 걸맞게 제도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OECD사무국은 권고하고 있다.
과연 지금의 경제구조와 문화수준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어느 학술모임에서 후진국 경제개발이론은 있는데 선진국 경제이론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원론적인 경제이론이 선진경제를 대상으로 한 이론이고,어떤 면에서는 문화이론이 선진경제가 되기 위한 이론이 아닌가 싶다.여기서 문화이 론이라고 한것은 정치.사회.경제 현상이 상호 밀접하게 연관관계를 맺고 있고 이러한 생활 질서와 가치관의 종합이 바로 文化이며,문화의 선진화 없이는 선진경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그러나 후진국 개발이론은 한마디로 자본 형성론이다.후진국 개발정책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절대 부족한 투자재원을 동원해 높은 성장을 달성하느냐 하는 것이다.
선진경제와 후진경제의 정책을 비교해 보면 선진국은 微視經濟를중요시하여 경제 각 부문의 균형과 微조정에 신경을 쓰고,후진국은 성장에 중점을 둔 巨視經濟를 더욱 강조한다.
따라서 선진국은 安定과 成長果實의 공정한 배분, 국민의 창조적인 문화생활을 포함하는 인간다운 생활의 추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둔다.
이에 비해 후진국 경제는 인간의 물질적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문제가 정책의 가장 중요한 관심 사항이고 생산과 공급의 문제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후진국 경제의 본질적 차이는 하드웨어적 경제성과보다는 삶의 質이나 경제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의 발달 여부에 있다.可視的인 경제개발 성과는 모방과 하드웨어의 直輸入을 통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인 기술 축적.경제 운영.시스템의 질서는 역사적.문화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야 이루어진다.이와 같이 선진경제는 創造性.道德性.歷史性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후진성을 극복해 선진국이 되는 이론이 다름아닌 문화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가까운 장래에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하는 문제는 우리가 선진경제의 문화적 접근방법(소프트웨어)에 얼마나 투자를 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면 소프트웨어적인 선진경제의 實體는 어떤 表象으로 나타나고 있는가.우선 先進性은 질서를 의미한다.경제활동은 주어진 게임 규칙에 따라 질서있게 움직인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그 때문 에 결과보다적법한 절차와 수단을 존중하고,원칙을 중시하고,順理를 강조한다.질서를 지키기 위해 경제적 도덕성과 정치적 윤리성이 강하게 요청된다.
또한 선진경제는 풍요를 뜻한다.물질적 풍부와 정신적 풍요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신적 풍요는 創造性과 自由를 의미한다.
창조적 자유가 절대적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이 발달하고 역사와 전통이 존중된다.
생활수준(富)은 짧은 기간에도 높일 수 있으나 생활양식(貴)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여기서 생활양식이 바로 소프트웨어적인 先進秩序이고 先進文化다.
한편 선진은 調和를 추구한다.調和는 자유를 전제로 한다.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남을 포용하는 것이 화합이고 조화다.
획일주의.흑백논리.均一원리는 배척된다.창조적 자유가 최대한 인정되고 각 부문간의 균형있는 발전이 존중된다.
그리고 선진국은 안정을 중시한다.선진경제는 조화와 균형을 존중하기 때문에 불균형 성장보다 조화있는 안정을 선호한다.
***量的 투자 벗어날때 안정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장래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소득계층간.세대간의 갈등과 마찰을 극복할 수있는 사회윤리.질서.전통이 존중되지 않으면 안된다.그렇다고 우리 경제가 당면해 있는 문제점을 모두 과거의 不均衡 성장정■ 탓으로 돌리 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不均衡 성장정책이그 당시 여건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그것 자체로서 경제적 성과와 시대적 의의는 충분한 것이다.
이제 선진국 그룹인 OECD에 가입할 날도 멀지 않았다.그러나 物量的 접근방법이 아닌 文化的 접근방법과 투자를 게을리하는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요원할 뿐이다.
〈韓國신용정보社長.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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