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사기 빈발 EU “선전포고”/주로 농산물… 온갖 명목 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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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해 70억불… 예산의 10%/각국 “눈먼 돈” 관리소홀… 적발 어려워
유럽연합(EU)의 각종 집행기구에서 회원국들에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의 횡령·사기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EU가 사기꾼들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EU은 15일 기자회견을 자청,보조금횡령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 특별조치를 강구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사기」로 불리는 이 신종범죄는 각종 거짓명목으로 EU의 수출보조금등을 타내 이를 횡령하는 것.EU는 회원국내 생산비가 워낙 비싸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산물에 대해 주로 수출보조금을 지불하고 있어 자연히 사기사건도 농산물거래를 둘러싸고 빈발하고 있다.
역외 국가에 농산물을 수출하겠다고 거짓 보고하고 보조금을 타낸뒤 EU회원국 암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대표적인 수법.지난해10월 이탈리아와 영국경찰은 러시아 수출용으로 1천1백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영국산 쇠고기가 이탈리아에서 밀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등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럽회계 감사원에 따르면 71년 이후 모두 7천여건의 사기사건이 적발됐으며 드러나지 않은 사기를 합칠 경우 피해액은 EU총예산의 10%인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특히 지난해 유럽 단일시장의 출범으로 세관검사가 폐지돼 부정행위를 적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EU의 보조금이 주로 회원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급돼 일종의「눈먼 돈」으로 취급받게 되고 관리 허술도 범죄를 부추기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이와 함께 횡령·사기 사건에 대한 각국의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것도 이들 범죄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범죄사건으로 인한 막대한 예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EU는 이들 범죄에 강력대처키로 하고 각국간의 처벌규정 통일,보조금 횡령의 엄중한 처벌 등을 회원국들에 촉구키로 했다.EU집행위는 『범법자의 처벌문제는 각 나라의 고유권한이므로 E U차원에서 간섭할 부분은 아니나 범죄가 여러 국가에 걸쳐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처벌과 관련해 형평을 이루도록 회원국에 협조를 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브뤼셀=남정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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