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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합의 틀 유지/확정된 미 대북제재조치 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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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슨뜻이 담겼나/러시아 주장도 반영… 중국자극 말아야/원유금수·해상봉쇄 조치는 「예비카드」
미국의 대북한제재조치 초안이 확정됨에 따라 유엔 안보리 주변은 한층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원래 미국측 초안은 지미 카터전대통령의 북한방문 결과를 보고나서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탈퇴를 계기로 미국측이 앞당겨 확정해 버렸다는 것이 관계 소식통의 설명이다.
미국측의 제재결의안 초안은 지난 3일 한·미·일 3국이 합의한 기본골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1단계조치에 포함시켰던 자금동결을 2단계로 넘긴 대신 무기금수조치를 1단계에 포함시켰다.
이번 조치의 기본골격은 ▲북한측에 마지막 1개월의 시한을 주고 ▲그래도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상징적 제재를 중심으로 하는 1단계 조치를 취하며 ▲북한측이 도리어 반발할 경우에는 실질적 타격을 가하는 2단계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 조치에도 원유금수등 무역거래에 대한 규제나 해상봉쇄조치등은 빠져있다.이런 조치는 2단계 제재로도 안될 경우에 대비해 제재강도를 더 높여나가기 위한 예비카드로 남겨놓았다는 것이 관계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중국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지배적이다.기름등 무역거래의 금지와 해상봉쇄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자금동결을 당초 1단계에서 2단계로 돌린 것도 일본의 입장을배려한 흔적이 뚜렷하다.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8자회담」을 수용한 것은 러시아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다.
결국 이번 미국측 초안은 일본과 러시아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주는 한편 중국을 자극하는 내용은 일단 제외시키는 선에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임이사국간의 내부협의 과정에서 중국측의 요구로 적지 않은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차피 중국이 찬성아닌 기권을 선택한다 해도 미국측 초안을 상당히 완화시킨다는 전제하에 협의를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또한차례 중국의 태도가 주목거리다.미국의 결의안 초안이 단계별 제재구도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설득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종래와는 달리 1단계조치를 듣지 않을 경우 그 다음에 취할 대 응조치까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여하에 따라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도 있다.예컨대 북한당국이 유엔결의에 반발,2명의 IAEA 사찰요원들을 쫓아낼 경우 당장 1,2단계 제재조치의 동시 발동을 추진하는등의 강경대응도 배제할 수 없다.<유엔본부=이장규특파원>
◎발효까지 어떤 절차 거치나/안보리상임국 회람에만 2∼3주 소요/표결은 늦어도 내달초·중순 가능성/문안어조 대이라크 결의때와 비슷
미국측의 대북한 안보리 제재결의안 초안이 16일 안보리상임이사국들에 회람되기 시작,향후 처리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결의안 초안의 논의및 처리 절차와 과정,초안의 형식에 대해 알아본다.
◇절차와 과정=안보리결의안은 통상적으로 정식상정 이전에 초안을 마련,사전 막후조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주로 상임이사국들과 문안 절충을 마친다.
이번 대북한제재 결의안 초안은 지난달말 미국이 초안 대신 미리 미국측의 기본 아이디어를 가지고 각 이사국들과 협의,제재방향을 결정하고 세부 문안에서 각국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측의 강도높은 대북한제재 내용에 대해 중국의 강력한 이의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주장을 존중해 제재내용을 상당히 완화했다.이사국인 일본 역시 대북한 전면 송금차단을 두고 상당한 제동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전협의가 끝난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초안을 마련,15일부터 이사국들에 다시 회람을 시작한 것이다.
초안 회람에서는 구체적인 문안 하나하나에 대한 상임이사국들의 견해와 이의제기가 수렴되고,조정되는 사실상 결의안문안 결정과정이 이루어진다.
안보리 상임이사국회의는 공식기구가 없어 비공식·비공개로 열린다.
한국은 이 비공개회의에서 있었던 토의내용을 상임이사국중 우방국들로부터 상세히 전달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협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시간이 지난 뒤 토의내용을 전달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따라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측은 더빠른 정보를 얻기 위해 회의장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을 정도다. 특히 북한의 박길연유엔대사는 비상임이사국을 상대로 맹렬한 로비외교를 전개하며『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면 전쟁행위로 간주한다』는 위협을 반복하고 있다.
상임이사국회의에서 초안문안에 대한 협상을 거치는 과정중 각국은 국가별 입장을 개진하고,부분별로 타결이 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지지·기권·반대 입장을 밝히게 되며 어느 나라든지 최소한 기권의사 표명외에 반대표명이 없으면 이 문안은 채택되는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절충과정이 끝나면 초안문안이 확정되고 이 초안문안은 다시 상임이사국이 아닌 다른 이사국들에 통보,회람을 거친다.
다른 이사국들은 상임이사국 토론 과정에서 대부분 초안문안을 사전 통보받기 때문에 지지·기권·반대 여부만 본국과 협의한뒤 표결에 임하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현 단계에서는 상임이사국간의 미국측 초안회람은 빠르면 2∼3주내에 끝나고 초안이 확정되면 바로 안보리에 정식 상정돼 토의와 표결로 이어질 예정이다.상임이사국들은 정식상정 이전에 사전막후협의에서 각국의 입장을 정리,정식상정후 토론 과정에서 행할연설의 내용과 방식·순서까지도 미리 결정된다.
이는 정식상정후 이사국들이 의견개진을 하는 회의 절차가 있으나 대체로 사전에 의견이 조율된 상태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표결전까지 토론과정과 시간이 어느정도로 복잡하고 오래걸릴지는 아직 미지수기 때문에 표결 역시 상정과 동시에 바로 이어질 수도,며칠이 늦어질 수도 있다.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주재 미대사는 표결까지는 수주일이 걸릴 것이지만 한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안보리의 대북한제재결의안 표결은 늦어도 7월초에서 중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정부는 대북한제재를 이번 초안에서 1,2단계로 나누고 1단계 제재발효는 결의문 채택후 1개월 뒤로 명시돼 있어 제재안채택시 발효시점은 7월중순이나 8월초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의안 초안=초안문안은 단순한 제목 나열이 아닌 법조문과 같이 구체적이고 상세히 작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북한 문화교류금지 조항의 한 부분인 스포츠교류 금지의 경우 ▲북한내는 물론 북한외에서도 북한과 관련한 스포츠행사가 열려서는 안되며 ▲외국의 체육인이 북한에 가서도 안되고 ▲북한 체육인의 입국을 허용해서도 안되며 ▲북한과 관련 한 스포츠행사를 위한 항공기의 운항에 대해서도 상세히 금지내용을 적시하는등 시행세칙 형식의 문안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문장의 어조가 대상국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송곳으로 찌르는듯 뼈아픈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이같은 안보리결의문은 걸프전 이전 채택했던 대이라크제재 안보리결의문과도 형식이나 어조가 비슷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안보리결의문은 매번 첫 문장마다 『모든 국가는』으로 시작,북한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통지문 형식으로 돼 있다.
이번 대북한제재결의안 뿐만 아니라 안보리결의문은 유엔가입회원국만 상대로한 것이 아니고 지구상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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