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후원인/국제경영개발원 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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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굴감춘채 건설부지·자금 45억여원 “희사”/고향후배·배달소년에도 매년 장학금
14일 상공자원부는 조순 전 부총리가 이사장직을 맡은 「국제경영개발원」의 재단법인 설립을 허가했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무역·경영에 대한 조사연구 및 자문,전문인력 양성,국제학술 교류 등의 사업을 펼치기 위해 설립된 재단으로 오가수 미 드렉셀대 교수·이남주 서강대 교수 등 국내외 경영학 교수들이 임원으로 등록돼 있다.
정작 이 재단법인의 설립뒤에는 얼굴도 이름도 감춘 한 「보기드문 기업인」이 있다.
머릿글자만 딴 그의 이름은 「ㄱㅊㅁ」씨다. 「ㄷㅊ」기업의 회장이 그의 현재 직함이다.
이사람은 재단설립을 위한 기금 5억원을 희사했을 뿐만 아니라 연면적 1천평에 이르는 재단건물의 공사대금 약 40억원도 대기로 돼 있다. 또한 건물이 들어서는 2천평의 부지도 그의 사유지다. 「국제경영개발원」이 잘 돼가면 이 땅도 희사할 것이라 한다. 이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말없이 「뒷거름」이 되려하는 것이다. 강원도 홍천근처의 주민들은 가끔 깜짝 놀라곤 한다. 누군가 알 수 없는 사람이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곤 하기 때문니다.
이같은 선행의 주인공도 「ㄱㅊㅁ」씨다.
그는 강원도 홍천 부근에서 태어나 어릴 때 중국을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다했다. 젊었을 때 영등포시장에서 장사를 시작,남대문시장에서 옷 좌판을 벌이며 돈을 모아 지금의 「ㄷㅊ」기업 회장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주위의 평은 『모은 돈을 가치있게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맨처음 그가 사회에 자신의 재산을 희사하기 시작한 것은 신문배달 소년들에게 운동화를 사준 것이었다. 지금은 각 신문사에 명절 때마다 배달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을 맡기곤 한다.
그의 장학사업은 배달소년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학에 진학한 남대문시장 상인의 자녀들중 35명 정도가 그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고향,홍천부근의 학생들도 그 덕분에 학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독립운동가의 손자인 그는 고향에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만세공원」을 조성했다. 또 고향의 문화재가 도로공사로 「다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전액을 부담,문화재를 복구해 놓았다.
국제화시대를 외치는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한번은 돌아다 보아야 할 기업인이 결국 조순 전 부총리로 하여금 선뜻 재단법인의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한 것이다.<권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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