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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사업 벌이는 '억척 상속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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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딸 딜런(32)은 돈과 인맥, 수퍼모델 같은 외모로 뉴욕 사교계의 스타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최근 들어 쏟아지는 행사 초대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자신이 설립한 고급 사탕업체 운영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14시간을 일하는 그는 "내 성격상 우아하게 앉아 식사를 즐기거나 멋진 옷을 입고 무도회에 가는 삶을 계속 하다간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라며 "파티의 여왕이 되기보다 사탕의 제국을 건설하는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독일 통일을 이뤘던 오토 폰 비스마르크 총리의 고손녀인 바네사 본 비스마르크는 한때 런던 사교계의 대표적 인사였지만 연고가 없는 뉴욕에서 브랜드 홍보회사로 성공했다.

이처럼 주어진 부와 지위를 즐기는 대신 자신만의 사업과 브랜드를 창조하려는 새로운 상속녀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상류층을 위한 잡지를 발행하는 제이슨 빈은 "새 상속녀 세대는 똑똑하고 세련되며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며 "단순한 부자로 머물기를 싫어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새 상속녀 세대는 과거 우아함과 사회적 지위를 의미하던 '사교계 명사(socialites)'라는 말을 혐오한다. 게으름과 쾌락주의, 얌체 같은 사회적 상승을 내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힐튼호텔 체인을 창립한 콘래드 힐튼의 증손녀 패리스 힐튼(26)처럼 지위를 이용해 명성을 얻고 파티를 즐기는 부류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대표 주자로 미국의 설탕업계를 좌지우지하는 판줄가의 상속녀로 홍보 회사를 차려 성공을 거둔 에밀리아 판줄이 있다.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딸로 부동산 사업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반카 트럼프(25),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집안 출신으로 새 향수를 출시한 에이린 로더(37)도 포함된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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