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농어촌발전 종합대책 어떤 내용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규제줄이고 시장기능 도입/진흥지역내 농지소유 상한 폐지/2,3차산업 공존 농외소득 늘려/특별입학·의보통합등 복지 증대/비농민 출자범위 제한등 곳곳 한계
14일 발표된 농어촌발전 종합대책은 UR논의가 본격화된 86년이후 꼭 열번째 정부 대책이다.
이번 대책은 지금까지 식량증산을 목표로 하던 「돌격형」 농업을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의 균형 발전을 지향하는 이른바 「삼위일체형」 농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단 10년 앞을 내다보고 제시한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의 「2004년의 모습」을 토대로 이번 대책의 내용과 문제점들을 분석한다.
◇농어업정책=농업부문 경쟁력 강화의 주역은 2004년까지 15만가구로 확대할 전업농과 2천개 안팎의 농업법인으로 정해졌다.
이들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농업진흥지역내 논 13만6천㏊의 경지정리를 98년까지 완전히 끝내고 농기계 반값공급·융자지원·물값 경감·시설자동화·기술개발 등이 추진된다. 농지제도도 고쳐 농사를 지으려는 경우 거리제한(20㎞)과 6개월 사전거주 요건 등의 규제를 없애고 진흥지역내에서는 아예 농지소유 상한선을 없애는 등 농지 대형화·규모화를 밀어주게 된다.
농어업정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와 달리 시장기능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규제완화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가령 농업법인제도는 그동안 비농민에게는 폐쇄적이기만 했던 농업의 경계를 다소나마 확대한 것이며 쌀값관리에도 계절진폭을 확대하는 등 시장기능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매우 조심스럽게,제한적으로만 이뤄져 얼마나 실효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예컨대 합자회사나 주식회사 형태의 농업법인은 농사에 기업경영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비농민의 자본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주식회사는 농지소유를 금지하고 비농민의 출자범위도 제한될 것으로 보여 도시자본의 적극적인 참여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농어촌정책=정부가 그리는 10년후의 농촌은 경쟁력을 갖춘 농어업에 농공단지·관광농원 등 2,3차산업이 공존하는 생활공간이다. 쌀농사 등으로 먹고사는 농업소득과 농사이외의 농외소득이 반반이 되는 농어촌을 만들겠다는 것.
특히 영세농가들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농공단지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농어촌 특산단지나 관광농원 등을 농촌의 새로운 일터로 키워 앞으로 10년간 3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줄 계획이다.
농수산물 유통구조 역시 농어촌을 출발점으로 대대적인 개혁이 추진된다. 10년간 산지가공공장 2천개소에 간이집하장 4천개소를 건설하여 농민들이 생산·처리·가공·포장까지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겟다는 것이다. 가락동시장 같은 도매시장을 98년까지 34개 짓고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확대하는 등의 유통구조 개선대책도 병행된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운 대책들을 실행할 정부조직과 농·수·축협 등 생산자단체의 개혁의지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대책의 중요한 허점으로 꼽히고 있다. 농림수산부를 비롯한 농진청·산림청 등 농정관련조직은 「지방화·개방화시대에 맞게 정비」한다는 정도로 언급됐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시간이 흐를수록 농어민은 줄어드는데 농정관련조직은 비대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농·수·축협 개편 역시 핵심부분인 신용·경제사업의 분리시기가 공청회를 거쳐 다시 여론을 수렴하는 쪽으로 물러서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어민정책=농어민들의 의료나 연금,자녀교육 등 후생복지 부분은 앞으로 상당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보험의 경우 도시·농촌 의료보험조합의 완전 통합은 이루지 못했지만 60세 이상 고령 농민이 30%이상을 차지하는 농어촌의 특성을 감안하면 노인진료나 고액진료비를 도시지역 직장의보조합과 분담하게돼 부분통합의 효과는 얻은 셈이다.
농어민들이 농촌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였던 교육문제에서는 대학별로 농어촌 학생에 대한 특별입학이 빠르면 96년부터 가능하게 되고 급식이나 장학금 지원 등을 많이 늘린 점 등이 성과로 꼽힌다.
60세 이상의 농민이 농사를 물려주고 탈농할 때 경영이양장려금을 지원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대신 농어민연금의 가입연령이 65세로 확대된 점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농어민의 노후보장에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복지대책들은 아직 원칙적인 합의의 수준이고 앞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남아있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손병수기자>
◎농어촌 발전대책 요약
◇농어민복지 및 생활여건 개선
▲농어촌 노인의료비 및 고액진료비만 도시 직장조합과 공동 부담
▲농어민도 직장근로자와 같이 정기 건강진단 실시
▲난시청 농어촌지역과 영세농어가의 TV시청료 면제(약 1백2만가구)
▲농어촌 시외전화료 부담 경감 추진
▲50가구 이상 5천개 마을에 지하생수 개발
▲마을 단위 오·폐수처리시설 설치
▲농어촌 주택 소유자에게는 1가구2주택 청약제한을 폐지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
▲농어촌 국민학생 급식비율(현재 45%)을 97년까지 1백%로
▲고등학교까지의 학비경감을 현재의 15% 수준에서 96년까지 30%로
▲농어촌학생 5만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한편 소규모 학교는 통·폐합 운영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병설운영 추진
▲조속한 시일안에 농어촌학생의 대학입학 기호를 확대하고 농과계 졸업생의 동일계 대학 입학기회 확대방안 검토
◇농업 경쟁력 강화
▲98년까지 농업진흥지역내의 경지정리 완료
▲농업회사법인제도를 도입,10년간 경지 1백㏊ 규모의 법인 2천개소를 육성
▲농지매입시 거리제한과 6개월 사전거주요건,진흥지역내 농지소유 상한을 각각 폐지
▲진흥지역 밖의 농지는 영농목적상 필요한 경우 소유 상한을 현행 3㏊에서 5㏊까지 확대. 다만 농지투기를 막기 위해 1㏊이상 농지를 자경 또는 자영하지 않을 경우 처분 의무를 부과. 처분하지 않으면 농진공이 협의매수
▲축산기자재 부가세 면제
◇농어촌발전을 위한 개혁
▲농·수·축협 등 생산자단체의 조합장과 중앙회장의 대표권 및 경영권을 단계적으로 분리
▲신용사업의 독립사업부제를 내년부터 엄격히 실시
▲생산·판매를 연결하는 대도시 물류센터를 2004년까지 20개소,도매시장 34개소,산지집하장 4천개소를 각각 설립
▲농림수산부 조직을 미곡생산 위주에서 유통·가공·검역·기술 및 품질향상과 대외관계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보강
▲농촌진흥청·산림청·수산청 등 관련조직을 농어촌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상담체제로 개편
▲산업체의 병역특례 인원을 농어촌지역 공장에 우선 배정
◎전문가 의견/농지의 대규모화 적극 추진 필요
전국토지 전산망을 활용해 토지투기를 막으면서 농지의 대규모화를 이번 계획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농·수·축협 등 생산자 단체를 품목별로 전문화되도록 개혁해야만 농민들의 농산품 수급조절 능력과 가격 교섭력이 높아지고 그래야만 실질적으로 농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이번 정부 방안은 농·수·축협의 실질적인 개혁면에서 보완할 점이 남아있다.<설광언 kdi연구위원>
◎전문가 의견/규제 너무풀어 농업인력 유지 의심
농발위가 지난달 24일 대통령에게 제출한 건의내용에 대해 관계부처들이 마지못해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데 그쳤다.
농지규제는 농업인력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풀어 버렸고,농림수산 관련 조직이나 농·수·축협 개혁부분은 오히려 후퇴했다.<김성훈 중앙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