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작 알파칩 판매부진 속타는 美DEC社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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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취임 2년을 맞는 美國 디지털이퀴프먼트社(DEC)의 로버트 팔머회장은 요즘 초조하다.
최근 2년동안 2만여명을 감원하는등 대대적인 비용삭감정책을 펴왔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여섯배가 넘는 1억8천여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차세대 기대주로 내놓은 새 마이크로프로세서「알파칩」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美 캘리포니아에서 발행되는『마이크로프로세서 리포트』최근호에 따르면 지금까지 장착.판매된「알파칩」은 10만여대 규모로 경쟁업체인 인텔社가 개발한「펜티엄」의 10%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DEC가 알파칩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8년으로 엄청난 연구개발비용을 들인 이 칩은 64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로는실리콘 그래픽스(SGI)의「밉스(MIPS)」와 더불어 세계 최고의 용량과 처리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64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는 18×10006에 달하는 연산처리가 가능한 엄청난 능력을 갖고있어 32비트와는 비교되지 않는다.제조원가면에서도 알파칩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평가되고 있다.예를 들어「알파 21064」는 2 백㎒의 처리속도에 개당 제조원가는 1백90달러인데 비해 1백㎒의 인텔 펜티엄을 만드는데는 1백60달러가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의 주인공은 32비트다.펜티엄과 파워PC가 차세대 퍼스널 컴퓨터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고 적어도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그러면 알파칩을 비롯 한 64비트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13년전 IBM PC가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 데스크탑 메모리용량 확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2년마다 메모리 크기가두배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21세기초가 되면 32비트는「고물」이 돼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 다.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처리용량과 속도에서 탁월하기 때문에 차세대 게임.오락기기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美國 지방 벨전화회사 일부에서는 이미 비디오 서버로 알파칩을 쓰고 있다.
이같이 역량을 평가받고 있는 64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 컴퓨터업체들간에 물밑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데IBM.모토로라.애플이 참여하고 있는 파워PC 컨소시엄은 95년까지 64비트 칩을 개발할 계획이며 휴렛 팩커 드(HP)와 인텔도 오는 96~97년 사이에 개발을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64비트 칩 개발의 선두주자인 DEC가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이「捲土重來」를 위한 바닥 다지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만큼 6월말까지로 계획돼 있는 7천명 추가감원과 더불어 리스터럭처링(사업 재구축)이 성공할 경우 경영 재건이 가능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다.
〈金來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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