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미주알고주알>多勝王질주 경마기수 박태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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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자요,키가 1m65㎝는 돼야죠.』 결혼 적령기의「잘 나가는」기수 朴泰鍾(29)의 배우자 조건은 단연 큰 키다.얼굴에 대해선 관대하지만(?)키 이야기가 나오면 조금도 양보할줄 모르는 고집쟁이로 돌변한다.
최근 본 맞선 자리에서도 상대가 자신보다 작다는 이유 단 한가지 때문에 두번 모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자신이 1m50㎝.47㎏에 불과,2세를 위해 엄마는 커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진천이 고향인 박태종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맨 앞자리를 한번도 양보하지 않았다.전교생이 줄을 설때도 두번째는 서본적이 없다.
그러나 작은 키로 고민하던 꼬마 박태종이 지금은「경마의 꽃」기수로 변신,누구보다 우뚝 솟아있다.고등학교를 졸업한뒤 上京,공사장에서 포클레인 운전을 배우던중 기수 모집 공고를 본 것이계기가 됐다.
『작은 키로 승부를 걸어 볼만한 직업이라고 판단했죠.』 보통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할 기수 입문조건(1m59㎝.47㎏이하)을 무난히 통과한 朴은 1년6개월의 힘든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87년10월 처음 고삐를 잡아 맨꼴찌에 처지는 수모를 당했으나 16번 출전만에 첫우승의 기쁨을 안은뒤 기 량이 급성장,91년에는 최우수기수로 뽑히며 스타덤에 올랐다.
꾸준히 정상권을 유지해온 朴은 올해 2백6번 출전,34번이나우승(준우승 19회)하면서 시즌 다승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통산최다우승(7백5승)의 金明國(31)이 올해 13번 우승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임을 알 수 있다 .
성적과 비례해 주머니도 두둑해져 올들어 5월까지 3천6백여만원을 벌었다.대기업체 사장님보다 많은 월 7백만원대의 고소득자대열에 오른 것이다.빛이 있는 곳에 항상 그림자가 따르듯 쓰라린 경험도 많다.
지난해 9월26일 자신이 몰던 강력한 우승 후보마「케뷔」가 잘못 착지하는 바람에 落馬하고 말은 2위로 골인했다.朴은 규칙에 따라 실격당한 것도 안타까운데 팬들이 승부조작이라며 관람대에 불을 지르고 대형유리창 1백여장을 부수는 경마 사상 초유의대소란을 피우는 통에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또 지난 2월에는 경주 도중 말에서 떨어져 2주동안 입원하는등 죽음의 경계를 몇번이나 넘나들었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박태종은 7년 넘게 매일 오전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어둠을 가르며 말과 호흡을 맞춘다.
『1위로 골인한 후 환호하는 관중들을 생각하면 모든 어려움을이겨낼수 있죠.』 40세까지 과천벌을 누비고 싶다는 朴은 기수의 한계체중(52㎏)을 넘지 않기위해 한자리에서 절대 한 공기이상 먹지 않는다.대신 보통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닐때 두달전에 구입한 2천만원짜리 무쏘를 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 『경마를 즐길 때는 항상 자기 책임하에 하세요.』 막판피치가 일품인 당대 최고기수의 간곡한 당부다.
〈글 金相于.사진 林榮周기자〉 ▲생년월일=65년12월20일 ▲체격=1m50㎝.47㎏ ▲학교=옥동국교(충북진천)-덕산중-진천고 ▲가족관계=2남1녀중 둘째 ▲기수데뷔=87년10월 ▲통산전적=2천2백4戰 2백68승(준우승 2백79회) ▲종교=천주교(세례명:요한) ▲별명=왕눈이 ▲술.담배=못함 ▲좋아하는 영화배우=브룩 실즈 ▲좋아하는 노래=팝송『예스터데이』 ▲은퇴시기=40세 ▲은퇴후 계획=조교사 ▲기수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포클레인 기사 ▲1년 수입=6천만원(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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