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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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X세대」는 젊은 대중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91년 출간한 데뷔작의 제목이다. 「가속화된 문화의 얘기들」이란 부제의 이 책은 20대의 세 작중인물이 현대의 일상에서 겪는 좌절과 의식의 방황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보헤미안 문학의 새 장르」 「기발한 자의식 소설」이란 평가도 따랐다. 교육은 넘치게 받았지만 걸맞은 일자리가 없고 부글거리는 분노를 겨냥할 표적도 없다. 두려움을 달래줄 사람도,이들의 아노미(가치의 혼돈)를 대신해줄 문화도 없다.
이들에게 일자리의 상징은 「맥잡」(Mcjob)이다. 맥도널드 햄버거 집에서 시간당 5달러에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고생을 의미한다. 「맥잡」은 곧 「4저」,저임금·저위신·저혜택·저미래의 상징이다. 현재를 부족하고,물질적 가난을 지적·도덕적 우월감의 징표쯤으로 자위한다. 친구 형의 BMW 자동차에 카뮈의 작품을 일부러 놓고 내리며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
쿠플랜드는 이들을 왜 「X세대」로 표현했는지 별 설명이 없다. 「X」는 60년대의 「Sixties」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1946년부터 64년까지 미국의 출산자는 7천8백만명이었다. 소위 베이비 붐 세대다. 65년부터 75년까지 3천8백만명이다. 출산율이 격감한 시기여서 「베이비 바스터」로 불린다.
61∼81년 사이 출생자를 미국 건국이후 13번째 세대라 해서 「13세대」로 부르기도 한다. 「X세대」의 「Xers」는 대체로 65년이후 출생한 20대들이다. 이들은 미국 국력의 쇠퇴기에 태어났다. 나라 재정과 가계가 빚더미에 올라앉고 일자리 부족,그리고 이혼의 급증으로 가정의 안정이 급속히 파괴된 시기였다. 대졸자의 평균임금은 월 2천달러꼴,한 사람당 평균 7천달러씩 학자금 빚을 진 「신음의 세대」다. 바로 앞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가 일자리를 축내고 그들의 「점심」까지 앗아갔다며 적개심마저 보인다.
20대의 신음소리는 프랑스에서도,동유럽에서도 연방 흘러나온다. 프랑스의 20대 실업자는 75만명,네명에 한명꼴이다. 젊은이들의 투혼을 부추기는 「즉석 게릴라연극단」의 이름이 「스폰텍서」 「Xer」가 붙었다. 마르크스의 「X」 냄새도 없지 않다고 한다. 한국의 「X세대」로 자처하기에 앞서 「X」의 의미를 한번쯤 새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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