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1시 출발 김준호씨 "부산 → 서울 18시간 걸렸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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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귀경객들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입장휴게소 화장실 앞엔 30m가 넘게 줄이 이어졌다. 이들은 3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사진=김성룡 기자]


추석을 맞아 고향인 부산을 찾았던 회사원 김준호(39)씨는 차례를 지낸 직후인 25일 오전 11시쯤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귀경길 교통체증을 조금이나마 피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기대는 곧 깨지고 말았다. 고향집에서 부산~대구 간 민자고속도로에 들어가기까지만 1시간30분이 걸렸다. 이후 서울 강남까지 가는 길은 고행길이었다. 민자고속도로는 물론 경부고속도로도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우회로로 택한 중부내륙과 영동고속도로도 쉽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날인 26일 오전 5시였다. 무려 18시간이 걸렸다. 김씨는 "예년 같으면 많이 걸려도 9~10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막혔다"고 말했다.

추석 당일인 25일 오전부터 시작된 귀경전쟁이 연휴 마지막인 26일 밤늦게까지 이어지면서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가 곳곳에서 몸살을 앓았다.

◆추석 뒤 짧은 휴일에 귀경 병목 극심=회사원 강홍구(34)씨는 25일 오후 10시쯤 호남고속도로 광주요금소를 출발, 서울로 차를 몰았다. 정읍휴게소 부근부터 시작된 정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시속 8㎞ 정도로 기어가다시피 했다. 도중에 피곤을 못 이겨 갓길에 차를 세우고 50여 분간 잠을 청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갓길 곳곳에는 그와 비슷한 차량들이 적지 않았다.

강씨는 16시간30분이 지난 26일 오후 2시30분쯤 겨우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올 귀성길은 3, 4일간의 연휴로 인해 교통량이 분산됐다. 그러나 귀경길은 추석 당일과 다음날인 26일 이틀간에 대부분의 차량이 몰린 탓에 극심한 귀경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5일 서울로 올라온 차량은 33만 대였다. 26일에는 이보다 많은 40여만 대가 몰렸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은 청원~성환활주로(57㎞), 안성천교~오산(24㎞) 구간이, 서해안고속도로는 대천~광천(14㎞), 당진~매송(51㎞) 구간 등이 정체가 극심했다. 중부고속도로는 진천터널~일죽(37㎞), 마장분기점~중부 1터널(28㎞) 구간이 특히 막혔다.

도로공사가 집계한 귀경길 최대 소요시간은 서울~부산이 11시간30분, 서울~광주 10시간45분, 서울~목포가 11시간40분이었다.

도로공사 변상훈 부장은 "최대 소요시간은 진.출입 요금소 간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고속도로 진입시간, 국도 우회시간,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운전자의 실제 소요시간은 더 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묘.행락 차량도 체증에 한몫=귀경길 교통체증이 예상보다 극심했던 데는 지역별로 성묘차량과 행락차량들이 귀경차량과 뒤섞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25일 하루 전국 고속도로에서 움직인 차량이 420만 대에 달했다"며 "이는 하루에 고속도로를 운행한 차량으로는 최대치"라고 말했다. 급격한 교통량 증가로 인한 25일의 정체가 다음날인 26일까지 고속도로와 주변 국도의 교통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그동안 고속도로 중 지.정체가 덜한 것으로 여겨졌던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이용률이 크게 높아진 점도 소통을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중부내륙고속도의 교통 분담률은 지난해 34.9%에서 올해는 44.2%로 크게 높아졌다.

강갑생 기자 ,광주=천창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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