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기업은 사무실부터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화이자(제약·미국), 구글(인터넷 검색·미국), 라파즈(건축자재·프랑스)는 제 텃밭에서 세계 1위를 구가하는 글로벌 강자다. 이들은 공교롭게 올 들어 한국 법인의 사무실을 확 뜯어고쳤다. 인테리어 전문가들한테 평을 구했더니 세 가지로 공통점이 집약됐다. 환경친화와 안전·재미다.

세계 최대 다국적 제약사인 화이자 한국법인은 6월 서울 광장동 시대를 마감하고 회현동 신사옥으로 입주했다. 한 일간지가 쓰던 13층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했다. 직원 공모를 통해 ‘화이자 타워’로 명명했다. 신사옥은 뉴욕 본사의 글로벌 환경건강안전부서가 관리하는 ‘사무실 안전 프로그램’을 따랐다. 방화문의 국내 내화 기준은 1시간이지만, 화이자타워의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은 드물게 1시간30분을 버틸 수 있게 제작됐다. 연기가 자욱할 때 직원들이 쉽사리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계단 양쪽에 손잡이를 설치했다.

사무실의 ‘안전’ 목록에는 직원들의 건강도 관리 대상이다. 이달 3일부터 직원들이 최상의 근무환경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 전문가를 불러 자세 교정을 돕고 있다. 인체공학이 근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인체공학 전문가가 임직원 10명 단위로 강의한 다음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의자 높이, 키보드와 모니터 위치 등을 1대1로 바로잡아 줬다. 김소라 마케팅 주임은 “의자와 모니터의 위치를 조금 높였을 뿐인데 목과 허리 통증이 크게 줄어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에서 수서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라파즈코리아는 새 사무실을 환경친화적으로 꾸미는 데 힘썼다. 시멘트와 석고보드 두 사업부를 운영하는 건축자재 기업답게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의 배출을 최소화하려고 사무실 벽을 유리로 둘렀다. 송은영 이사는 “은나노 성분이 들어간 천장재를 사용해 곰팡이 발생을 최대한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화이자타워에서도 새집증후군은 ‘남의 집 이야기’다. 페인트 작업을 끝낸 합판을 통풍이 잘 되는 외부 창고에서 1주일 정도 말린 뒤 들여왔다. 현장에선 조립 시공만 하는 인테리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한국화이자의 이수진 과장은 “페인트 또한 납·수은 등의 중금속이나 유기용제를 넣지 않은 친환경 소재를 썼다”고 말했다. 공사 후 입주하기 전에 실내공기를 채집해 뉴욕 본사에서 정한 ‘실내공기 기준’에 맞는지 성분 분석을 하기도 했다.

구글코리아는 5월 서울 삼성동에서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로 옮겼다. 새 사무실은 ‘재미(Fun)’로 가득 차 있다. 포켓볼 당구대·자전거·전자오락기·로봇 등 여기저기 널린 놀이기구가 눈에 띈다.

인테리어를 맡은 이 회사 김옥자씨는 “일과 놀이를 병행하면서 직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게 ‘구글리(Googly)’하게 꾸미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구글리’란 열정적·창의적·수평적 기업문화를 추구하는 구글의 인력관리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