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보고 못들어 손바닥 공부-中入검정고시 합격한 장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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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7일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94학년도 중입검정고시합격자 9백3명에 19명의 시각장애자 전원등 41명의 장애인이 포함돼 화제. 그중 시각장애 1급,청각장애 2급의 중복장애를 딛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李官株씨(25)와 선천성 뇌성마비로 중증장애를겪고있는 洪景子씨(29.여)의 합격은 본인들의 땀과 눈물에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지도가 뒷받침된 것이어서 감동을 주고 있다. ○…1세때 청력을 잃고 8세때는 한쪽 눈의 시력을,12세때에는 나머지 한쪽눈의 시력마저 완전히 잃어 실의와 좌절속에 빠져있던 李官株씨에게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준 사람은 중복장애자생활교육기관인 서울영등포구도림동「라파엘의 집」에서 90년 만난李英美교사(34).
『공부를 한번 다시 시작해보자』고 李씨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준李교사는 지금까지 1주일에 두차례씩 李씨 집을 찾아가 손바닥에글씨를 써 문제를 내고 틀린 답을 바로잡아 주는 과외공부를 4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수준의 영어과정을 마친 李씨는『내가 겪은 어려움을 후배장애인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고입.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미국에 유학,영문 점자번역.통역사가 돼 시각장애인들이 좀더 쉽게 영어를 배우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李 교사의 손바닥에 적어 주었다.
○…가양국교 孫仁周교사(24.여)는 한달에 두세번씩 학교수업을 마친뒤 평촌신도시 부영아파트 洪景子씨 집을 찾아「과외선생님」으로 변신한다.
올봄 가양국교에 발령받은 孫교사는 92년 서울교대 3학년생으로 자원봉사단체인「한벗회」활동중 서울서대문구아현동「뇌성마비장애인교양대학」자율학습과정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온 洪씨를 처음 만났다.
『양팔을 쓰지 못하면서도 한차례도 수업을 거르지 않는 洪씨에게 무언가 노력의 결실을 보게 해주고 싶었다』는 孫교사는 발가락으로 타자와 글을 쓰는 언니뻘 洪씨를 친구겸 제자삼아 3년째방문지도해오고 있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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