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추한 한국인」 아직 많다/공보처 각국서 모은 「사례집」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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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학생서 기업인·지방의원까지…/호텔서 라면끓여먹기/배낭여행객 무임승차/관공서방문 사진찍기/우리기업끼리 비방전/태국서 불상 부순 기독교인 쇠고랑/독 골프장엔 「한국인 입장금지」 팻말/불선 “방문자제” 우리대사관에 공문
박물관 등 사진촬영금지 구역내에서의 사진촬영,유명관광지에서의 한글낙서,해외저명인사와의 면담자체보다는 사진찍기열중,해외진출 한국기업끼리의 상호비방 및 과당경쟁….
공보처가 세계 34개 지역에 나가있는 해외주재 공보관들로부터의 보고자료를 모아 『해외에서의 국가 이미지 실추사례집』을 7일 펴냈다. 국제화가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은 아직도 「추한 한국인 (Ugly Korean)」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이 자료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추태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단순히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가 아니라 현지 대사관에 방문신청자제를 요청해 오거나 항의공문을 발송하는 경우도 잦아 해외에 나가기전 체계있는 국민교육이 시급하다는 소리가 높다.
다음은 공보처 자료집을 통해 본 우리의 추한 자화상이다.
◇해외관광객=공중도덕 위배와 현지인에 대한 우월감 및 과시욕구표현,현지종교·관습·규범등에 대한 몰이해가 가장 많다. 구체적으로는 호텔이나 비행기내 등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다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며 도박을 금지하는 동남아국가에서 체포된 실례도 있다. 또 배낭여행학생들의 무임승차,호텔객실에서의 라면 등 취사행위,호텔복도에서의 속옷·슬리퍼차림 배회,매표구에서의 줄안서기,고성방가.쓰레기 함부로 버리기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해외여행때의 후안무치가 망라돼 있다. 골프장에서의 매너실종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모골프장에서는 한국인들의 몰매너 때문에 「한국인 입장금지」라는 팻말이 나붙기도 했으며 골프보다는 골프치는 모습의 비디오 녹화로 눈총을 산일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밖에 동남아 및 중국지역 관광객의 경우 현지인에 대한 우월감 자기과시욕 등으로 관광 안내원이나 종업원을 비하하는 언행을 일삼고 술집과 쇼핑센터 등에서 고액권을 자랑하는 등 졸부행세로 외국인의 빈축을 사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했다.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일부 기독교인이 불상을 파괴,현지경찰에 구속되었는가하면 기독교 성지 순례단의 경우 다른 관광객을 의식하지 않은 예배·찬양행위로 빈축을 샀다.
◇해외진출기업=한국업체끼리의 과당경쟁 및 현지인을 상대로 한 상호비방이 비일비재하다.
이에따라 해외진출업체 또는 교포상인간에 영업권 또는 상권침해분쟁이 잦으며 동남아지역에 진출한 한국관광기업체들간에는 지나친 가격덤핑경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전자제품·자동차 등 수출품의 애프터서비스 부재,각종 계약위반행위 등도 한국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것이다.
◇시찰·연수 공직자=시찰·연수보다 관광에 더 비중을 두는 일정계획이 가장 큰 문제다. 일부 지방의회의원들이 방문국의 시청·시의회·유관기관 방문을 「관광용」일정으로 간주,사진찍기에 열중함으로써 프랑스 파리 등 일부지역에서는 방문신청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이 현지 대사관에 접수됐다.
해외저명인사와의 면담때 수준이하의 무성의한 질문으로 상대방의 불쾌감을 초래하거나 면담보다는 기념사진찍기에 더욱 열중하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외국정부의 고위급 인사와 불요불급한 면담을 고집하거나 현지기관 또는 기업체 방문때의 구두약속 사항에 대해 귀국후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한국인 및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해외교포·유학생 및 장기체류자=교포사회의 분열·갈등이 가장 큰 문제다. 다음은 해외교포와 현지인간의 부조화·불화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해외교포들이 현지사회에 대한 「기부」를 기피,종종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해외유학생중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고졸유학생의 비리가 이미지를 흐린다. 프랑스 등에서는 개인수표를 남발한 후 도망치다시피 귀국,한국유학생들에 대한 계좌개설 불허방침도 보고됐다.<김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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