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자산 반쪽씩 유지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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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23면

“저도 올해 예순입니다. 노테크의 가장 큰 주안점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율을 5:5로 가져가는 거지요.”

老테크 전도사 강창희 소장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나이 들수록 금세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늘리라”고 늘 강조한다. 그는 전국을 돌며 1년에 300번 넘게 강연을 하는 ‘노후설계 전도사’다. 사실 강 소장은 한때 증시를 쥐락펴락한 인물이었다. 1999년 그가 사장으로 있던 현대투신은 ‘바이 코리아’펀드 바람몰이를 했다.

그는 기자에게 자신의 투자 보따리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의 금융자산은 ‘주식형펀드(50%):채권형펀드(40%):증권관리계좌(CMA·10%)’로 짜여 있었다.

“6개월에 한 번씩 조정을 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비율을 지킵니다.” 즉 주가가 올라 주식형펀드 비중이 50%를 넘으면 욕심내지 않고 처분해 다른 자산에 넣는다는 것이다. 노년기에 접어들어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다.
그는 “물론 이 작업은 어렵다. 아내와의 의견 차이도 종종 발생한다”며 웃었다. 이를테면 주가 상승으로 2005년 말 주식형펀드의 비중이 65%로 높아졌을 때의 일이다. 그는 주식형펀드를 팔자고 했지만, 아내는 더 오를 것 같다며 반대했다. 그는 아내를 설득해 두 눈 꼭 감고 펀드를 환매했고, 지난해 3월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미리 포트폴리오 조정을 한 게 득이 됐다고 한다.

강 소장은 노후를 대비하는 사람들에게 자녀에게 손 벌리고 싶은 마음부터 떨쳐버리라고 조언한다. 자녀에게 의존하려는 관행이 노후의 자산운용 의지를 약하게 만든다고 그는 꼬집었다. 섣불리 재산을 자식들에게 넘겨준 뒤 생활비를 얻어 쓰는 것도 나쁜 노후생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기관에서 한국과 일본의 60세 이상 은퇴자에게 ‘노후 생활비를 어떻게 조달하겠느냐’고 물었다. 한국의 절반 가까이는 자녀·친척의 도움을 받겠다고 답했다. 일본은 이런 응답이 4%에 그쳤다. 대신 일본은 공적연금에 의존한다는 사람이 절반가량이었다.

강 소장은 노테크의 기본인 연금을 등한시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부부가 각각 국민연금에 드는 게 좋습니다. 직장이 없는 부인도 임의가입 형식으로 들 수 있지요.” 그는 19년간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90만원가량을 국민연금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과 함께 금융회사들의 개인연금보험 등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저도 국민연금 수령액에 100만원만 더 있으면 노후생활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그는 “개인들이 ELS 등에 투자하는데 이건 전문가용 상품”이라며 잘 모르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뜸 “재테크란 말을 싫어한다”고 했다. 돈만 굴리는 기술만으론 노후 대비를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자산운용+인생 2모작 설계’라는 투톱 시스템을 갖추라고 그는 조언했다. “퇴직 후 돈이 모자라면 허드렛일이라도 할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의 눈길에서 지옥을 겪는다고 했지 않습니까.” 체면을 따지지 말고 주특기를 찾으라는 얘기다.

사실 그가 ‘영원한 현역’으로 불리는 것도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간파하고 실력을 닦았기 때문이었다. “돈 많은 노인 중에서 헬스장과 공원 등을 돌며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 무슨 낙이 있겠습니까.” 완전한 은퇴는 없으며, 무언가 몸을 움직여 일할 때 노후생활은 더욱 윤택해진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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