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terview] “인맥은 칵테일 파티선 못 만들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킨더 싱 캐시디는 구글 아시아·태평양 및 남미 사업부의 부사장으로 이 지역의 모든 영업활동을 책임지고 있다. 또 구글의 지역 검색 및 전 세계 채널 사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구글 입사 전에는 Amazon.com과 Junglee Corporation을 거쳐 Yodlee.com Inc.을 창립했다.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아이비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코노미스트구글에서 더 나올 이야기가 있을까. 성공신화, MBA 졸업자가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회사, 한국 포털과의 비교. 구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구글이 어떤 회사인지는 알고 있다. 우리가 대체로 구글에서 기대하는 뉴스는 유튜브를 인수한 것과 같은 M&A 관련 소식 정도. 구글의 유튜브 인수는 거래금액이 16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빅 딜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녀의 발걸음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수킨더 싱 캐시디 구글 아태·남미 총괄 부사장이다. 그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채널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에릭 슈미트 구글 CEO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SK텔레콤과의 협력도 이런 방문과 무관치 않다.

4개월이 지난 9월 14일 캐시디 부사장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세계여성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주제보다 ‘M&A’와 같은 주제에 사람들의 관심은 쏠리게 마련. 혹시 그녀의 노트북 안에 ‘구글의 비밀 M&A 리스트’가 있지 않을까. 지난 번 방문 때도 그녀는 15인치는 됨직한 큰 노트북을 들고 에릭 슈미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노트북 안에 중요한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 노트북을 3~4개월에 한 번씩 바꿉니다. 여행을 자주 하니 더 작고, 가벼운 것으로 바꾸죠. 진짜 정보는 저 구름 위에 있죠.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그러니까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지, 어떤 기기를 사용해서든지 정보를 이용하죠. 이건 구글만의 경우가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죠. 어디에 저장돼 있는 게 아니라 정보는 변하고 움직입니다. 정보 보안성도 중요한데, 구글은 이에 늘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녀는 구체적으로 M&A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모바일과 비디오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으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시장을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혁신적 기업이 있다면 언제든지 M&A할 마음이 있습니다. 한국은 여러모로 중요한 지역입니다.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의 IT기업들이 특별한 것은 한국의 인재들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이전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인재풀이 가장 좋다”고 말한 적이 있어 이에 대해 물었다.

“그건 인도 인재의 수준이 한국보다 높다는 뜻이 아니라, 인도는 인구가 많으니 풀이 넓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나 훌륭한 인재가 많고 구글 직원들은 어느 지역출신이든 특정 수준 이상입니다. ”

그렇다면 그녀가 말하는 한국 IT시장의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그녀는 “한국 유저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전문적 기술을 찾아나가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을 꼽았다.

“생각해보면 Myspace.com 등과 같이 지금 미국에서 한창 유행인 사이트들도 사실 이미 한국에서 싸이월드나 다음카페 형태로 존재했던 것들이죠. 한국은 사회 네트워킹 형태의 사이트나,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뛰어난 기술과 콘텐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구글의 향방에 대해 그녀는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대신 10년지기 구글러로서, 벤처기업 창립자로서, 그녀가 보는 ‘IT시장에서의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그녀는 구글에 오기 전, 1999년 전 세계 금융 서비스 업계에서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요들리 닷컴(Yodlee.com)을 설립한 바 있다.

그녀는 먼저 “IT산업이 정말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T산업이 정말 빠르게 변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만 해도 10년 동안 다섯 번 직장을 옮겼고 여덟 번 직업을 바꿨습니다. 제 성격이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유연한 선택을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었죠.”

그녀는 “IT산업은 실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평등하고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IT산업에서는 유연하고 조정력을 지닌 여성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특히 “성공하고 싶다면 IT산업의 빠른 변화 속에서 모멘텀을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멘텀은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곡점이다. 그녀는 몸담았던 정글리 닷컴, 아마존 닷컴의 예를 들었다.

“한국 혁신기업 언제든 M&A”

“1997년 IT붐이 일었을 때입니다. 반면 전자상거래(e-commerce)사업은 아직 개발 중이었죠. 저는 그 시작 격인 정글리 닷컴에서 일했습니다. 야휴와 딜을 했고 처음으로 반스앤노블, 갭과 같은 기업들이 계약을 맺었죠. 그것이 아마존의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전자상거래는 대세가 됐죠. 적당한 때 적당한 장소였죠. 실리콘 밸리의 다양한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모멘텀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전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기업, 그리고 그런 움직임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녀가 구글로 옮긴 것도 구글이 모멘텀을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또 한 사람, 람 슈리람을 언급했다.

“저는 사실 구글에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들이 저를 알아본 것은 람 슈리람이라는 엔젤투자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요들리 닷컴의 투자자였고 정글리와 아마존과도 관계가 있었죠. 그는 저의 업무능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제 이야기를 했죠.”

람 슈리람은 실리콘 밸리의 유명한 엔젤투자자다. 구글의 초기 투자자이자 이사다. 도어와 이랜스(Elance)에, 모리츠와 요들리(Yodlee), 24/7커스터머(24/7 Custo mer), 플락소(Plaxo)에 투자한 바 있으며. 가격 비교 사이트 정글리(Junglee)를 설립해 아마존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나스닥 정상에 오르는 길을 안내해 준다는 의미에서 등산 가이드라는 뜻의 ‘셰르파’를 자처하고 있다.

마지막 성공요인으로 그녀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저는 벤처캐피털 자금을 모은 적도 없고, 인맥을 만들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요들리 닷컴을 설립할 때도 완전히 준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산업은 계속 변하고 요구하는 것이 늘어나죠. 경험이 부족하다고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중국의 제 팀 멤버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책임감이 자신의 경험을 초과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가 볼 때는 “아직 많은 인재가 성공하기 위해 인맥 만들기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은 인맥이 비즈니스 포럼을 쫓아다니고, 따로 사람을 만나는 데서 생기는 줄 알죠. 이것은 제가 말한 네트워크의 의미가 아닙니다.”

그녀는 성공비결을 묻는 젊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인맥은 칵테일 파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말 일을 잘 해내면 자연히 사람이 따라오고 성공이 따라온다.”

권력과 욕망이 뒤엉킨 밤의 송사로 이루어진 성공은 끝도 어둡지 않았던가. 그녀는 서울에서의 일정이 끝난 후 다시 햇빛 좋은 캘리포니아로 돌아갔다.

임성은 기자 Isecon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