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증시 기관화 빨리 정착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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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근 우리나라 증시에서 나타난 주가의 양극화 현상은 종전 주가의 동반상승 또는 하락양상과는 상이하다고 할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큰 몇몇 고가주의 상승이 시가총액식으로 산출되는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를 단기적으로 급등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따라서 저가주를 보유한 많은 일반투자자들로 하여금 극심한 불만을 야기시켰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증시과열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어 결국 3차에 걸친 정부의 증시안정책이 단행되었다. 그러나 주가의 양극화 현상은 선진국 증시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었다.미국의 경우 주가양극화는 보통 two-tier stock market 또는 follow-the-leader-syndrome으로 지칭되었는데,6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 된 증시기관화 추세와 더불어 시작되었다.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연.기금등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이 실적주의를 추구하면서 IBM이나 XEROX같은 내재가치와 성장성이 뛰어난 소수의 대형.우량주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당시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체 종목중 약 7%만이 대형 우량주로서 주도주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93%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외면당하여 유동성및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접적인 자금조달에 한계를 보였다.이같은 현상은 74 년 연금기금개정법에 따라 특정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법제화됨에 따라 가속되었다.일본의 경우에도 1970년대 외국인투자가의 증시 참여가 본격화되면서 증시기관화와 더불어 주가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증시의 기관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으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가의 양극화는 증시의 기관화에 따른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최근 우리나라 증시의 기관화 추세는 금융실명제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매매비율이 92년의 12%에서 93년말 약 30%로 나타나 비약적인 증가를 보여주고는 있으나 아직도 미국의 68.
9%나 일본의 59.7%에 비하여 월등히 낮아 증시의 기관화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며 이 경 우 대형.우량주가 당분간증시의 주도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이같은 현상은 중.저가주를 많이 소유한 일반투자자와 상대적으로 고가주를 많이 보유한 기관투자가사이에 더 첨예한 이해의 대립을 가져올 것이다.
문제는 정보의 모집및 분석능력,그리고 자금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행태를 뒤늦게 모방하면서 주가변동을 격화시키고 결국은 일반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어 증시의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데 있다.이와 같은 증시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는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적인 투자로 투자전략을 수정하는것이 바람직하다.정부도 일반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기존의 기관투자가들의 업무영역을 확대시키고 새로운 형태의 기관투자가를 더 많이 육성하여 증시의 기관화를 빠른 시일내에 정착시켜야 할것이다.즉 기관투자가를 통한 일반투자자들의 간접적인 증시참여가활성화 될 때 우리나라 증시의 고질적 병폐인 투기성 주식매매 그리고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간의 대립양상이 완화될 수 있으며나아가서 증시의 선진화및 건전한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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