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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뺑소니 직원이 위장자수-서울고법 정상참작 벌금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회사원 金모씨(23.O전자 직원)는 지난해 8월12일 자신이근무하는 회사의 사장대신 뺑소니 사고를 뒤집어 쓰고 경찰에 구속됐다. 사장 金모씨가 이날 낮12시쯤 무면허로 운전하다 행인2명을 치는 사고를 낸뒤 운전면허가 있는 金씨에게 대신 자수해줄 것을 제의했기 때문이다.金씨는 물론 자신이 절도죄로 징역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또 범죄를 저지를 경우 가중처벌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렵게 취업한뒤 2개월동안 열심히 일한끝에 겨우정식월급을 받게된 金씨는 병석에 누워있는 65세 노모 생각에 사장의 부탁을 거절하다 모처럼 구한 첫직장을 잃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金사장은 차에 친 행인 2명이 전치 2주정도의 가벼운 상처를입었으니 피해자와 합의한뒤 전직 경찰간부였던 자신의 형에게 부탁하면 곧 석방될 것이라고 간곡히 설득해 왔다.
친구를 잘못 사귀는 바람에 범행에 말려들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나 마음을 다시 잡고 취직하려 했으나 전과자라는 사실때문에 번번이 취업이 좌절됐던 기억이 金씨를 괴롭혔다. 또 눈을 질끈감고 사장의 말을 들어주기만 하면 난생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 오랜만에 효도도 할것같고,이력서를 들고 다니며 취업을 위해 애태우는 나날도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같고…. 결국 金씨는 위장자수를 결심하고 경찰에 자진 출두,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도주차량)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곧이어 문제가 생겼다.사장이 심경변화를 일으켜 경찰에자수해온 것이다.
이에따라 金씨는 죄명이 바뀌어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高鉉哲부장판사)는 4일 이같은 원심을 깨고 이례적으로 벌금60만원을 선고해 金씨를 석방했다.
재판부는『전과경력으로 인해 취직이 어렵던 피고인이 모처럼 얻은 직장 상사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던 정황이 인정된다』고 밝혔다.그러나 金씨는 사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구속까지 불사하며쟁취한 첫 직장으로 복귀하기 어렵게 ■고 또다시 「전과자」에 대한 편견과 싸우는 고통스런 구직난에 직면하게됐다.
〈鄭鐵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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