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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데 …" 그래도 안 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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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돌아왔다. 하지만 들뜬 마음에 음복(飮福)술을 먹고 음주운전을 하거나 추석 선물을 함부로 받았다가는 처벌되기 십상이다. 법원은 명절이라는 이유로 정상 참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묘도 했는데 한잔쯤이야'=이모씨는 지난해 추석 때 음주운전을 하다 앞차를 들이받았다. 그는 면허를 취소당하고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성묘 후 친지들이 강권해 소주 몇 잔 마셨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가 음주운전으로 해친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음주운전 차 동승해도 책임=굳이 본인이 운전하지 않더라도 음주운전 차에 함께 타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김모씨는 2003년 추석을 앞두고 친구와 함께 술마신 뒤 친구 차를 함께 타고 가다 농수로로 추락해 어깨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김씨는 '보험금이 너무 적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치료비 등 명목으로 1억원의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음주운전에 대한 김씨의 과실을 40%로 봐 3900여만원만 인정했다. 친구가 음주 상태에서 규정 속도보다 20km를 과속했지만 김씨는 친구의 운전을 제지하지도, 안전운전을 독려하지도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묘소 주변 벌목은 허가받아야=경북 예천에 사는 권모씨는 2005년 조상 묘 위에 나무 그늘이 지자 묘소 주변 나무들을 베어버렸다. 군청 측은 권씨를 산림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법원은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권씨는 "조상의 분묘를 잘 관리하려는 의도에서 벌목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림법에 따르면 벌목을 하려면 산 주인의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추석 때 받은 선물도 뇌물=재건축조합장 김모씨는 2004년과 2005년 추석 때 건설업자로부터 모두 80만원 상당의 굴비세트와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로 받았다. 이후 김씨는 선물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추석 선물이었을 뿐이고 나도 답례로 곶감과 배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법원은 "액수가 적고 추석을 맞아 받은 것이라 해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며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수입 비해 판돈 크면 도박죄=추석이면 친지나 고향 친구끼리 어울려 고스톱을 치는 것도 우리 풍속이다. 인천에 사는 오모씨는 지난해 같은 동네에 사는 장모씨 등 3명과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쳤다. 판돈은 모두 합쳐봐야 2만여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동네 주민의 신고로 기소된 오씨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안면이 없던 사람들과 고스톱을 쳤고, 월수입이 30만원에 불과한 오씨가 고스톱을 친 것은 도박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점당 500원에 판돈 10만원을 걸고 세무사들과 함께 고스톱을 친 비영리단체 이사장 김모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씨의 수입을 볼 때 일시적인 오락으로 보인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도박죄는 일시적인 오락인지 상습적인지가 관건"이라며 "점당 100원의 고스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도박은 아니라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이동근 공보판사는 "동일한 범죄를 놓고 명절이라고 특별히 정상 참작을 하지는 않는다"며 "명절을 즐겁게 보내되 음주운전 등 법을 어기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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