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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의 '코리안 드림' 한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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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리오스의 딸 가브리엘(5)이 8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롯데 경기에 앞서 시구하고 있다. 공을 던지는 딸을 리오스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35.미국)는 올해 추석이 즐겁다. 20일 현대와의 경기에서 시즌 20승 고지에 오른 데다 팀도 2위를 거의 확정, 편안한 마음으로 동료와 송편을 나눠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20승은 1999년 정민태(현대) 이후 8년 만에 국내 프로야구에서 수립된 대기록이다.

2002년 한국에 온 리오스는 올해로 한국 생활 6년째다. 이미 '한가위'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올 6월 리오스는 아버지의 부음을 받았다. 조국 쿠바를 떠나 스페인을 거쳐 미국에 정착한 아버지는 부와 명예를 위해 둘째 아들 리오스에게 야구를 가르쳤었다. 슬픔을 안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던 날, 리오스는 두산 구단의 통역 이창규 대리에게서 두툼한 흰 봉투 10여 개를 받았다. 김진 사장부터 김승영 단장, 김경문 감독 등 구단 직원과 코칭 스태프, 선수들의 조의금 봉투였다. 빳빳한 1만원짜리가 수십 장씩 든 봉투를 보고 리오스는 어리둥절했다. 김승영 단장은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돕는 게 우리 문화"라고 설명했다. 돈은 받을 수 없다던 리오스도 "너는 우리 가족이기 때문에 주는 거다"라는 한마디에 감동을 받았다. "이토록 나를 생각해 주는 줄 몰랐다. 과분한 사랑이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국 고유의 '나눔의 문화'를 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손에는 또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까지 쥐여졌다. 시즌 중 휴가는 계약서에도 없고, 시즌 종료 후 귀국할 때 이코노미 클래스 표를 지급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리오스는 한 번 더 감격했다.

리오스는 그 감동을 몸으로 갚았다. 장례식을 마치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6월 15일 오후 귀국한 리오스는 인천공항에서 경기가 열리는 인천 문학야구장으로 직행했다. 아버지를 여읜 슬픔,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로에도 곧바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불펜 피칭을 했다. 다음 날엔 선두 SK를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뒀다. 그의 정신력과 희생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리오스는 "동료가 나에게 베푼 것을 갚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리오스는 딱 두 경기에 출전한 뒤 마이너리그와 멕시코리그를 거쳐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나이 서른에 낯선 한국에 왔지만 따뜻한 정에 감격하며 이제는 '반쪽 한국인'임을 자임하고 있다. 팬들도 그를 '이오수'라는 한국 이름으로 부를 정도다.

김종문 기자

◆선발 20승 의미=한국 프로야구에서 선발투수는 한시즌 30번 정도 등판한다. 이중 3분의 1인 10승만 건져도 수준급 투수로 평가 받는다. 경기 수가많은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시즌 20승 이상 투수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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