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윗사람 노릇 제대로 하기’ 쉽지않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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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관리자가 자기 발등을 찍는 30가지 실수
빌 리 지음, 박수철 옮김
예문, 200쪽, 1만1000원

‘인격을 모독하는 형’ ‘부하보다 잘 안다며 사사건건 참견하는 형’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형’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형’
이 정도면 짐작이 갈 터다. 맞다. 어느 경제연구소가 발표했던 ‘나쁜 부장 4가지 유형’을 순위대로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부장만 나쁜 것도 아니고, 나쁜 행태가 4가지만 있는 것은 아닐 게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되겠다. 기업의 오너에서 대리까지, 부하가 있는 이를 관리자라 통칭하고 40년 경력의 베테랑 컨설턴트가 그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30가지나 정리했다. ‘모든 타자에게 같은 공을 던지는 실수’ 항목을 보자. 직원들 유형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야구에 빗대 설명했다. 모든 타자에게 같은 속도, 같은 구질의 공을 던지는 투수는 1회도 버티지 못한다. 직원 관리도 마찬가지다. 다소 건방진 직원에게는 공격적 관리방식이 먹히지만 수동적 직원을 그렇게 대하면 위축된다. 말로 지시하면 잘 따르는 직원도 있고 문서로 의사소통 하는 편이 효율적인 타입도 있다. 일 처리가 느린 대신 신중하고 꼼꼼한 직원과 성급하지만 일 처리는 허술한 직원도 각각 쓰임새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최대화하려면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먼저 규칙을 어기는 실수’는 솔선수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회사 휘발유를 내 차에 넣었죠. 그렇게 하면 안 됩니까? 사장 아들도 항상 그러는데요.” “금전등록기에 넣을 돈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장은 라스베이거스로 출장 떠날 때 공금을 가져 가서 도박을 하는데요.” 이런 항변 사례를 소개하며.
혈족경영의 폐해는 미국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자기 가족을 특별대우 하는 실수’에선 인재들은 게임규칙이 불공정한 조직에 머물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식들이 가족기업에 입사하면 모두 공정하게 대우하라. 아이들 재능과 성과에 따라 적절히 보상하라”는 원칙을 제시한다. 단 ‘동등하게’가 아니라 ‘공정하게’가 포인트란 점을 잊지 말란다.

이 책을 읽고 뜨끔할 간부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보통 샐러리맨들의 자기계발서나 분풀이용만은 아니다. ‘너무 빨리 채용하고 너무 늦게 해고하는 실수’ ‘직원들의 임금을 모두 동일하게 인상하는 실수’ 등 월급쟁이들의 가슴이 철렁할 대목도 적지 않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어떤 길이든 상관없다”란 말이 있다. 항목에 따라 해법·경고·행동지침 등을 붙이고, ‘면접 기술’ ‘인센티브 규칙’ 등 실무매뉴얼을 더한 이 책은, 적어도 윗사람 노릇을 제대로 하는 데 나침반을 될 수 있지 싶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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