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일기를 쓰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간성 회복을 위해 말없이 사회운동을 벌여온 한 단체가 요즘 무척 바빠졌다. 인간성회복 실천운동 추진협의회(인추협)의 사랑의 일기쓰기 운동이 중앙일보에 소개되면서 이를 격려하고 동참하려는 전화와 편지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절박하게 필요한 운동이라는 공감 때문일 것이다.
「반성하는 어린이는 삐뚤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에서 인추협의 사랑의 일기쓰기 운동은 시작되었다. 큰 목소리로 벌이는 요란한 운동이 아니다. 조용한 목소리로 일기쓰기를 생활화하자는 주장이다. 일기를 쓰는 동안 하루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흉포해지는 세태속에서 무엇이 바른 길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게끔 하자는게 이 운동의 전부다.
다만 일기쓰기 형식이 약간 다를 뿐이다. 일기 위칸에 웃어른께 인사하기,양보하고 질서지키기,학교생활중 대화를 적는 난이 있고 위인들의 명언·격언이 적혀있는게 다를 뿐이다. 이 운동은 4년동안 계속되었고,매월 20만명의 국민학생들이 이 일기쓰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밝은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준다.
부모참살사건이 있은 다음부터 자식 가진 부모들은 이 사회를 위해서나,내 자식을 위해서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다. 이 사회의 질서가,우리 가정의 윤리가 파탄될 수 있다는 긴박한 도덕적 위기상황을 예고하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때문에 사랑의 일기쓰기 운동은 도덕성 회복을 위한 실천운동으로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박한상군 부모참살 사건은 일시적 충동으로 일어난 엽기적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도덕불감증이 낳은 풍속사건이라는 점에서 부모들의 걱정은 하루 반짝의 호기심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지속적 사회운동을 통해 사회를 정화시켜 나가야 하고 사랑으로 자신의 가정을 키워가는 가정교육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일기쓰기란 제 나라의 글을 잘 쓰기 위한 초보적 방법이기도 하고,하루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기회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생각과 판단의 깊이를 성숙시켜 나가는 사고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자녀에게 아침 저녁으로 나무라고 도덕 교훈을 떠든다고 해서 자녀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무엇이 바른 길인가를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자녀들이 삐뚤어지게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반성하는 아이는 결코 삐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의 일기는 필요한 것이다.
사랑의 일기를 쓰자. 지금 무너지는 가정교육의 위기를 바로잡는 첫 시작으로 자녀들에게 사랑의 일기를 쓰도록 권유하자. 그리고 일기쓰기를 통해 자녀와 부모가 끊임없는 대화와 사랑을 나누는 기회로 삼아보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