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곡 初演 대구선 안된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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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참사 진혼곡(鎭魂曲)의 첫 공연을 서울에서 하다니…."

2.18대구지하철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창작 진혼곡의 초연(初演)이 대구 아닌 서울에서 이뤄지는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합창단은 참사 1주기를 맞아 내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죽은 자를 위한 4개의 노래'를 공연한다.

합창단은 당초 내달 17일께 대구에서 이 작품을 발표한 다음 19일 서울에서 공연한다는 계획이었다.

합창단 관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대구시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예산은 없고 꼭 필요한 행사도 아니다'고 해 대구 초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생자 유가족은 "애꿎게 희생된 넋들을 위해서도 대구 초연이 성사돼야 한다"며 대구시의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희생자유가족대책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립합창단 측으로부터 대구 초연이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조기현 대구부시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으나 '예산이 없고 절차도 잘못됐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유가족대책위는 이달 초 유가족이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국립합창단의 공연을 유치키로 하고 소요비용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비용이 유가족이 부담할 수 있는 규모를 초과해 협찬기업 찾기에 나서는 등 비용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구공연 비용은 3천만원 정도. 대형 무대로 꾸며지기 때문에 국립합창단 외 교향악단과 또다른 합창단의 협연이 필요해서다.

유가족 측과 국립합창단은 대구시의 비협조 때문에 부산시립교향악단.합창단 측과 교섭하고 있다.

윤석기 희생자유가족대책위원장은 "대구시가 자화자찬식 U대회 성공개최 기념 등엔 예산을 아끼지 않으면서 지하철참사 추모행사는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참사 1주기 행사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돼야 함에도 각계에서 중구난방식 행사를 들고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죽은 자를 위한 4개의 노래'는 작곡가 이영조(61.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가 최근 완성한 것으로 징.북.장구가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는 토속적 정서의 한국판 진혼곡으로 알려졌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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